최근 인사 발령으로 광주에 온 한 공공기관 간부는 광주의 교통질서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전국 어디나 ‘핸들만 잡으면 사람이 변한다’고 할 만큼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잘못된 운전행태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광주의 과격한 운전행태는 시민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 운전자는 “과거에도 광주의 교통질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낫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더 난폭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분통 터지는 일로 좌우회전을 앞두고 방향지시등(일명 깜빡이)을 켜지 않는 행태를 꼽았다.
그의 지적을 듣고 도로상의 차량과 운전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략 10대 중 3, 4대는 방향 전환을 앞두고도 깜빡이를 켜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교통경찰들도 이런 상황에 길들여졌는지 깜빡이 신호를 하지 않는 차를 단속하는 사례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거들었다.
특히 손님을 찾아 헤매는 빈 택시는 언제 어디로 방향을 틀지 짐작할 수 없는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무법자’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상의 자동차는 방향 전환을 앞뒀을 때는 물론이고 주행차로를 변경할 때도 깜빡이를 켜 뒤따르는 차량에게 그 의도를 알리도록 돼 있다.
한 운전자는 “깜빡이 넣기는 탁자의 비스킷 하나를 입에 집어넣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일 것”이라며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깜빡이조차 이런 실정이니 다른 경우는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문을 연 광주교통문화연수원 오주 원장은 “깜빡이 넣기야말로 운전자가 해야 할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며 “‘일등 광주, 일등 시민’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런 작은 일부터 시민 스스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