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밀물과 썰물이 쌓은 모래와 흙이 파도가 잔잔한 바닷가에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한 곳을 말한다.
밀물에는 물속에 잠기지만 썰물에는 드러난다. 갯벌은 해양생태계에서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 해수면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서 해일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고 관광 자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기능도 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1980년대부터 갯벌의 가치에 주목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7년부터 2005년까지 653.3km²의 갯벌을 없앴다. 서울 여의도 면적(8.48km²)의 77배를 웃도는 생태계의 보고(寶庫)가 사라진 셈이다.
○ 갯벌의 경제적 가치 10조 원
서해·남해안 갯벌과 그 주변에서 서식하는 생물은 어류 200여 종, 갑각류 250여 종, 연체동물 200여 종, 갯지렁이류 100여 종에 달한다. 이 밖에도 갯벌은 해양무척추동물과 미생물, 200종이 넘는 미세조류(물속에 사는 식물 원생생물 세균계의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국내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이 해안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연안생물의 60% 이상이 해안생태계와 연결돼 있다. 어업활동의 90%가 연안에서 이뤄지고 대부분의 물고기가 먹이와 번식장소로 연안이나 갯벌을 이용한다.
갯벌은 새에게도 삶의 터전이다. 국내의 물새류는 173종이고 이 가운데는 희귀 조류도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갯벌은 이들에게 산란지이자 서식지이다.
충남의 서산, 아산, 시화 등 간척지구의 간척호와 금강, 한강, 만경강 등 강하구 주변 갯벌은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다.
국토해양부가 국내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한 결과, 갯벌의 연간 평균 가치는 ha당 3919만 원이었다. 전체 면적(2550.2km²)을 고려해서 국내 갯벌 가치를 추산하면 9조9934억 원에 달한다.
국토부는 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갯벌 복원 대상지를 조사했다. 전국 15개 시군이 81곳(32.12km²)을 갯벌로 복원할 것을 희망했다. 전남이 42건(22km²)으로 많았다.
인근 습지보호지역 지정 여부, 생태계 기능개선 가능성, 향후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17곳을 우선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국토부는 “전남 순천, 전북 고창과 한 곳을 더 추가해서 올해 3곳 정도 복원 준비에 들어가고 내년부터 착공한다”고 밝혔다.
○ 방조제 허물고 폐염전 살리고
폐염전이나 폐양식장을 이전 염습지(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 변화가 큰 습지)로 복원하는 사례도 있다. 전남 순천시 별량면 해룡면과 전북 고창군 심원면, 전북 부안군 줄포면, 전남 목포시 남항 등이다.
물길을 막고 육지와 섬을 잇는 연륙도로를 다리로 바꾸고 바닷물이 지나갈 수 있도록 물길을 복원하는 방법도 있다. 바닷물이 육지와 섬 사이에 들어오면 연안의 물이 맑아지고 생태계가 회복된다. 전남 신안군 19개 섬과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도, 충남 태안군 안면읍 황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연안 침식을 막기 위해 돌로 방지턱을 쌓아 모래와 흙이 쓸려나가는 것을 막기도 한다. 제주도의 화순, 이호, 삼양 해수욕장과 인천 옹진군 영흥면 십리포 및 자월, 장골 해수욕장 등이 이런 사례다.
하수처리시설을 갖춰 갯벌 오염을 막는 방법도 진행된다. 주변에는 친수공간까지 확보해 사람들이 오갈 수 있게 만든다. 충남 서천군 월포갯벌, 경남 거제시 다대갯벌, 충남 태안군 법산갯벌, 전남 무안군 현경갯벌 평산갯벌 등이다.
충남 서천군, 전남 고흥군 무안군 등에서는 양식장에서 나오는 어업 쓰레기를 없애고 생태계의 기능을 개선한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전남권 지역주민과 어업인 593명을 대상으로 ‘갯벌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74.2%가 갯벌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갯벌 어민은 98.2%가 갯벌에서 수산물 수확량이 줄었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74.8%가 갯벌 환경 악화를 꼽았다.
갯벌 환경의 악화 이유는 육상 오염원 유입(50.7%), 갯벌 생물의 과도한 채취(24.5%), 갯벌 주변 개발 및 매립(21.6%) 등을 들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갯벌 복원’ 외국서는
美 올해만 4400㎢ 되살려
日선 인공갯벌 조성 적극적
2004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05∼2009년 1만2140km²의 갯벌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5∼2007년 30억 달러를 투자해 예정보다 1년 정도 일찍 사업을 마쳤고 복원 면적도 2430km²나 추가했다. 올해만 4400km²를 복원한다. 미국은 갯벌의 50% 이상이 훼손돼 있어 ‘연안습지(갯벌) 계획·보호·복원법’을 시행해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만의 경우 폐염전(64.7km²)을 갯벌로 복원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연안과 메릴랜드 주 포플러 섬은 바닷물의 침식으로 사라진 갯벌을 다시 조성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연안 복원에는 2050년까지 13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는 유럽 최대의 갯벌인 ‘바덴 해’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1978년부터 협정을 맺고 간척사업을 중단했다. 네덜란드에서는 1935년부터 방조제 건설과 간척지 조성 등으로 갯벌이 줄어들었다. 2001년부터 방조제를 부수고 갯벌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50년간 갯벌의 40%를 잃어버렸던 일본은 1980년대부터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현재까지 1200ha를 복원했으며 연말까지 2300ha를 더 되살릴 계획이다. 과거 어패류가 풍부했던 도쿄 만의 경우 매립사업으로 136km²의 갯벌이 10km²만 남았다.
일본은 갯벌 복원뿐만 아니라 인공갯벌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파낸 준설토를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되자 이를 갯벌 복원사업에 재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