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현장 ‘대타협 바이러스’ 번진다

  • 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9분


국가 원로회의 ‘경제 살리기’ 시국 선언이한동 전 국무총리,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왼쪽) 등 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국가원로회의가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인은 경제 살리기, 근로자는 파업 자제, 기업은 애국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미옥 기자
국가 원로회의 ‘경제 살리기’ 시국 선언
이한동 전 국무총리,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왼쪽) 등 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국가원로회의가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인은 경제 살리기, 근로자는 파업 자제, 기업은 애국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미옥 기자
1, 2월 파업 손실일수 작년의 18% 수준

노사민정비상대책회의(공동위원장 이세중·김대모)의 23일 사회적 대타협 선언을 계기로 고통분담을 통한 고용유지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 산업 현장 노사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공기업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인 참여가 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이 위기 극복의 정신적 밑바탕이 된 것처럼 이번에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타협 뒤 신청 폭주=지난달 21일부터 신청을 받은 노동부의 ‘중소기업 고용개선 지원사업’은 마감 전날인 이달 22일까지 신청 회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 사업주가 고용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및 고용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할 경우 10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 세부적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경력 개발 등 인사관리제도 개선, 역량강화 프로그램 구축, 근로조건 개선 등에 사용된다.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업주가 가장 해고하기 쉬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투자하기란 부담스러운 일. 이 때문에 마감일 오전까지도 신청자가 없었지만 오후 들어 사회적 대타협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려 139개의 회사가 신청을 했다.

김영국 노동부 고용서비스지원과장은 “신청 초기에는 사업주들이 생각이 있어도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적 대타협 선언을 계기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뒤늦게 신청자가 폭증하자 내달 3일부터 추가 모집을 할 계획이다.



▽현장서도 ‘고용유지 최우선’=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 행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화학·금속 노련 등 산하 산별 위원장들도 위기 극복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23일 대타협 선언식 직전 가진 최종 회의에서 가부를 묻는 장 위원장에게 권한 일체를 위임했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 30명 중 23명이 참석했으며 반대는 한 명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한국노총은 선언식 직후 ‘실천 이행점검단’을 발족한 데 이어 25일에는 정기대의원 대회를 열고 대타협 선언 실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노사 화합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노총 산하인 대한항공 일반직 노조와 사측은 24일 ‘노사화합 공동선언문’을 통해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회사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일자리 나누기에는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4일 일자리 나누기 운동으로 전국 97개 지자체와 지방공기업에서 약 3만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서울시는 기부 받은 직원들의 봉급 일부와 업무추진비, 경상경비 절약 등을 통해 마련한 100억 원 규모의 재원으로 청년 일자리 1000여 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광주시 지방투자기관인 한국광기술원은 직원 성과상여금 6000만 원을 활용해 청년 인턴 6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올 1월부터 지금까지 파업 등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1만444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7914일의 18% 수준”이라며 “대타협 선언을 계기로 노사 화합 분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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