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언어 문제가 아니라 ‘불안 문제’로 보입니다. 말을 잘 알아듣고 할 수 있는데도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합니다. 여러 유형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극도의 낯가림 등 대인관계에서의 심한 불안이 그 원인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수동적 공격성입니다. 화나고 짜증나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의 부정적 의사를 전달하는 거죠. 세 번째 유형은 엄마와의 과도한 밀착에서 비롯됩니다. 엄마가 모든 것을 대신해줘 스스로 하는 것이 별로 없다 보니 학교에 가서는 입을 닫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특별한 대접을 받을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선생님과 주변 아이들은 말을 하지 않는 아이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려 하는데, 이렇게 되면 아이의 함구증은 더 오래가게 됩니다. 마지막 유형은 자기 목소리를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경우예요. 역시 문제의 핵심은 ‘불안’, 특히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안’에 있습니다.
【Q】 함구증이 있는 아이라도 몇 달 지나면 자기가 불편해서 저절로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A=학기 초에만 잠깐 그러다가 저절로 괜찮아지는 아이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기질적으로 아이에게 불안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대인관계의 회피가 심화돼 자기가 하기 싫은 모든 일을 회피하는 행동 양식이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가족과도 말을 하지 않게 될 수 있죠.
【Q】 그렇다면 함구증이 있는 아이는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A=많은 부모님들이 병원에 오기 전 다양한 작전을 시도합니다. 부드러운 회유, 강제적 압박…. 일단 부모님들은 아이의 변화 시기, 특히 학기 초반 적응과정에서 잘 도와주셔야 합니다. 학교생활을 그저 즐길 수 있으면 된다고, 아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세요. 과도한 성취에 대한 기대나 꾸중은 불안을 높입니다. 함구증이 반년 이상 지속된다면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이가 누렸던 ‘이익’을 차단하면서, 필요한 경우 약물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불안 기질을 순화시키게 됩니다. 이와 함께 이완훈련, 바이오피드백 등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치료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정서 표현을 돕는 미술, 놀이, 음악치료도 부분적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