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예술 新요람]<하>장흥 평택 이천 ‘컬처노믹스’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경기 양주시 장흥 일대의 모텔이나 유흥시설로 사용되던 건물(왼쪽)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오른쪽)으로 거듭나면서 지역 이미지 개선과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 제공 장흥아트파크
경기 양주시 장흥 일대의 모텔이나 유흥시설로 사용되던 건물(왼쪽)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오른쪽)으로 거듭나면서 지역 이미지 개선과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 제공 장흥아트파크
카바레-모텔 위에 피어난 ‘아틀리에’

서울시는 지난해 여러 장르의 문화를 밑거름 삼아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컬처노믹스’ 전략을 발표했다.

시는 못쓰게 된 건물을 손질해 창작공간으로 꾸며 예술인들에게 제공해 줬다.

이런 공간을 중심으로 문화행사가 개최되자 지역 이미지가 개선됐고 경제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됐다.

서울시의 ‘컬처노믹스’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때 퇴폐와 향락의 대명사로 불렸던 경기 양주시 장흥유원지다.

러브호텔 촌으로 오명을 얻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 들어서 풍성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경기 평택시와 이천시에서도 폐교를 활용한 창작공간 마련, 기업의 문화공간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컬처노믹스’가 펼쳐지고 있다.

○ 러브호텔은 예술인들의 아틀리에로 변신

2006년 5월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 장흥아트파크를 개관한 가나아트센터는 센터 옆에 24명의 작가가 입주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제1아틀리에’를 개관했다.

이 건물은 당초 러브호텔과 카바레, 노래방이 있던 곳이다.

지난해 5월에는 술집과 카페 등이 있던 건물 한 곳을 추가로 매입해 ‘제2아틀리에’를 만들어 30명의 작가를 입주시켰다. 작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임차료나 관리비를 내지 않고 마음 놓고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사진예술가 원성원 씨는 “이곳에서는 오직 내 작품만 고민하면 되기 때문에 작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늦은 밤 이웃 작가 방의 불이 꺼지지 않으면 서로 경쟁하다가 밤을 새우곤 한다”고 말했다.

이곳의 입주 작가들은 최장 2년간 경제적 부담 없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연 1회 공간을 일반에 공개하는 행사와 지역문화행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 문화의 도미노가 시작되다

이 두 곳의 아틀리에와 인접한 곳에서는 ‘천경자미술관’이 설계를 마치고 공사 준비 중이다. 천 화백의 작품 수백 점이 상설 전시될 예정.

다른 장르보다 넓은 공간과 중장비가 필요한 조각가들을 위한 아틀리에도 지난해 5월 문을 열어 7명의 작가가 활동 중이다.

2007년 4월 문을 연 송암천문대도 ‘퇴폐 장흥’의 이미지를 벗긴 핵심 원동력이다.

러브호텔과 술집에 가려져 찾기 쉽지 않던 청암민속박물관도 아틀리에와 장흥아트파크, 송암천문대가 부각되면서 이제는 눈에 잘 띄는 주요 문화공간이 됐다.

이처럼 문화공간이 연쇄적으로 자리를 잡자 러브호텔을 비롯한 향락업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있다.

장흥아트파크 배수철 대표는 “장흥에 많은 작가가 창작 활동할 공간이 생기면서 이 일대 문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며 “향락업소에 내줬던 곳이 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주민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 폐교를 창작공간으로

평택시의 웃다리 문화촌은 2006년 8월 폐교에 둥지를 틀었다.

평택교육청이 평택시에 위탁해 평택문화원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생활도자기, 석화공예, 목공예 등 7명의 작가가 이곳에 머물며 창작활동은 물론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농악, 도자기 만들기 등 정기 강좌가 15개에 이르고 일일체험 프로그램도 40여 개나 된다. 지난해 2만20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천시 호법면 샘표식품 공장 전시관은 여느 기업처럼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젊은 작가나 지역 예술인 등 전시회를 열기 쉽지 않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2004년 개관한 이후 지역주민은 물론 수도권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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