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산하 영진약품 노조, 임협 미루고 노사화합 선언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26일 경기 화성시 영진약품 강당에서 열린 노사화합 공동선언식에서 홍승고 노조위원장(왼쪽)과 정창윤 사장이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화성=홍진환 기자
26일 경기 화성시 영진약품 강당에서 열린 노사화합 공동선언식에서 홍승고 노조위원장(왼쪽)과 정창윤 사장이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화성=홍진환 기자
“제명 되더라도 일자리가 우선”

노조위원장, 조합원 적극 설득

민노총, 말리다 안되니 “징계할것”

“내가 민주노총에서 제명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동료들의 일자리가 더 중요했습니다.”(홍승고 영진약품 노조위원장)

26일 경기 화성시 ㈜영진약품 남양공장 강당에서는 150여 명의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 측과 노조의 노사화합선언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및 인원감축을 자제하고, 노조는 휴직제, 근로시간단축, 무급순환휴가, 임금동결 등의 고통분담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도 회사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이날 영진약품의 노사화합 선언식은 23일 노사민정비상대책회의 사회적 대타협 선언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는 처음 나온 화합 사례다.

비상대책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타협에 대해 “일자리 나누기는 없고 노동자 죽이기만 나열한 것”이라며 임금동결 및 삭감을 통한 고용유지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언문’을 발표한 영진약품의 정창윤 사장과 홍승고 노조 위원장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았다.

이 회사 노조의 상급단체인 화학섬유연맹(화섬연맹)과 민주노총이 선언식 후 어떤 제재를 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홍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노사화합, 임금동결 등을 꺼려서 개별 사업장에서는 노사화합선언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러나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그냥 놔두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내리 적자를 봤다.

김인 인사부장은 “법인세 미납 등으로 지난해 12월 85억 원을 추징당했다. 시설 등에도 170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산공장 터를 팔려고 내놨으나 이것도 불황으로 팔리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초 경영진은 임금의 30%, 관리자급은 임금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지만 회사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다.

홍 위원장은 “3일 전에 화섬연맹에 노사화합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알렸다. 그러나 연맹에서는 노조가 어려운 것은 알지만 노사화합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렸다”고 말했다.

이후 화섬연맹 관계자들은 수차례 이 회사를 찾아와 3, 4시간씩 홍 위원장을 회유했다. 설득이 잘 안 되자 이번에는 전화 공세가 이어졌다. 1990년 초부터 노동운동에 뛰어든 홍 위원장은 민주노총 화섬연맹의 수도권본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표시한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홍 위원장은 “처음부터 모든 조합원이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며 “민주노총에서 제명되더라도 명분 없는 노조운동보다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고통분담에 동참해줘 큰 힘을 얻었다”며 “모두가 한마음이 돼 어려운 시기를 꼭 이겨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영진약품 사례를 들은 임성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노사화합 선언은 실효성이 없다”며 “(소속 사업장에서) 노사화합 선언을 한 노조는 산별노조 차원에서 해명과 배경을 묻고 경고 등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화성=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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