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파문, 왜 초등교에서 유독 컸을까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1] ‘전국단위 시험’ 생소

[2] ‘손채점’ 방식도 문제

[3] 교사들 평가 무덤덤

교육과학기술부가 다음 달 20일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학업성취도 시험 성적을 전면 재조사하기로 하면서 ‘전북 임실발(發) 성적조작·오류 파문’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치른 이번 학업성취도평가는 16일 성적공개 때부터 온 나라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다.

소용돌이의 진원(震源)은 초등학교였다. 시험은 초중고교에서 모두 치러졌는데 왜 유독 초등학교가 문제였을까.

▽“초등학교 전국단위 시험 처음”=전국의 모든 초등학생이 동시에 시험을 치른 것은 교직에 입문한 지 24년 된 김진경 교사(서울 대치초)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교사는 그동안 죽 초등학교에서만 근무했다.

초등학교 학생생활통지표에는 학생에 대한 평가를 문장 형태로 서술하도록 돼 있다.

교사들은 대부분 학생이 잘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평가서를 작성해 학생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부족한 과목에 대한 정보와 다른 학생들과의 비교는 배제됐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업 능력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가 중학교 성적표를 받아 본 뒤에야 실제 실력을 알고는 깜짝 놀라곤 한다.

정경숙 교사(서울 가락초)는 “그동안 초등학교 교사들이 인성이나 생활지도에 치중하면서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학업능력과 지식 부분을 다소 간과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성, 적성 중심의 교육에 ‘학력 신장’ 요소가 가미되면서 이번에 충돌이 발생한 셈이다.

상황이 이럴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초등학교 교사가 처음 치르는 전국 단위 시험인데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답안지조차 자동 처리, 집계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결국 교사들이 일일이 수기로 채점하다 보니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재발 막으려면 시험 체제 정비해야=초등학교 교사들은 교과부의 학업성취도평가 전면 재조사가 단순히 성적을 다시 집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험 체제 정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다.

장기적으로 교원평가와도 연계할 계획이라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주영 교사(서울 명원초)는 “교원평가와 연계하려면 단순히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만으로 학교나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며 “현장 교사들이 수긍할 수 있는 교원평가 방식이 도입돼야 교사들이 허위보고 유혹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학생들의 자질이 지역마다 다르므로 기초학력 미달자의 절대 수보다는 학생들의 향상도 등을 학교나 교원평가 요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부실보고 사태에 대해 “교과부가 미리 세워진 계획에 따라 시험 결과를 채집하지 않고 방학 중에 갑자기 지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평가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해광 교사(서울 대청중)는 “초등학교에서 학업 능력에 대한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상급 학교에 진학해서 격차가 더 커진다”며 “초등학교부터 학업 능력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숙 교사(서울 신암초)도 “평가는 필요하다. 다만 평가 결과가 전국 서열로 공개되면 학부모들의 반응이 학교 불신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만큼 공교육 강화 차원의 대비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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