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생명위험 - 불구 - 난치질병 이르게 한 경우”
법무부 실무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法마련 시급
美-日 등엔 보험가입해도 형사처벌 예외조항 없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다치고 피해를 본 경우를 중상해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새롭게 시작됐다.
헌재는 26일 “업무상 중대한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중상해를 당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면서 “신체의 상해로 인해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했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라고 중상해를 따로 규정했다.
실제 법원 재판에서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거나 팔다리 등 신체의 중요한 부분 또는 그 기능을 영원히 잃은 경우, 뇌손상을 입은 경우, 실명을 한 경우, 장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경우 등 누가 보더라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본 경우를 중상해로 본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판 결과를 통해 중상해를 규정하는 것도 충분하지는 않다는 게 법조인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교통사고는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사고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중상해를 당했는지는 실제로 벌어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해당 수사나 재판을 통해 개별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뒤늦게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교통사고의 특성상, 뒤늦게 중상해로 판명날 수도 있어 이에 따른 혼란도 예상된다.
이번 헌법소원으로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교통사고 피해자 조모, 송모, 김모 씨는 뇌손상으로 심각한 안면마비를 겪었고 자신이 겪은 사고로 정신적인 공황상태까지 초래하는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 심각한 후유증까지 겪었다.
물론 헌재 결정은 이들의 피해를 중상해로 규정하는 일과는 무관하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피해를 본 경우라면 중상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교통사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날 헌재 결정 이후 법무부는 중상해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규정해 알려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실무에서 적용할 가이드라인 형태가 될지, 법률을 새로 만드는 형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상해의 기준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양한 논란을 잠재우려면 최대한 세밀한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우리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처럼 종합보험 가입자에게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 조항이 없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