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초등생의 ‘내 생애 첫 기부’

“阿어린이 돕자” 8만여 원 전달

교내 재활용 장터 열어 돈 모아

“기부, 직접 해보니 정말 쉬워요”

“양로원을 찾아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도와드릴까?”

“그러지 말고 돈을 모아서 성금을 내자.”

“그냥 돈만 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난해 12월 19일 전북 김제 검산초등학교 5학년 5반 학급회의 시간에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불우이웃을 돕자’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아이들은 “남는 물건을 나눠 쓰는 장터를 통해 번 돈을 기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장터 홍보부터 물품 준비, 판매까지 아이들은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복도, 화장실, 급식실 등 학교 곳곳에 ‘12월 23일 5학년 5반 복도에서 장터가 열린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헌책, 인형, 가방, 필통, 연필 등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왔고 학생들에게 파는 만큼 가격은 3000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학용품은 저학년 학생들에게, 책과 가방은 고학년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팔겠다는 ‘맞춤형 판매전략’까지 세웠다.

그래도 아이들은 “23일이 담임선생님 입원하시는 날인데 선생님도 없이 장터가 잘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장터가 열린 날, 쉬는 시간마다 5학년 5반 복도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하루 동안 아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8만7950원.

아이들은 겨울방학이 끝난 2월 초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월드비전에 온라인으로 돈을 송금했다.

담임 안누리 교사는 “큰돈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직접 번 돈을 기부하겠다고 나서서 대견했다”며 “생애 첫 기부를 통해 아이들이 보람도 느끼고, 지속적인 나눔을 다짐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급회장인 서현비 양은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친구들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번 돈을 그 친구들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며 “기부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거창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웃었다.

아나운서가 꿈인 서 양은 이번 장터를 계기로 꿈 하나를 더 갖게 됐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자식처럼 맺어서 돕는 방법이 있대요. 아직은 어리고 학생이라서 못하지만 어른이 되어 돈을 벌게 되면 가장 먼저 그 일을 할 거예요.”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