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다문화판 ‘워낭소리’ 돼야죠”

  • 입력 2009년 2월 27일 07시 12분


국제결혼 4쌍, 자신들의 일상을 직접 필름에

“저와 죽마이가 함께 영화제에 작품을 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게 된 것은 정말 축복이었습니다.”

결혼 2, 3년 차의 다문화 부부 4쌍이 자신들의 일상을 ‘영상 언어’인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냈다.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온 여성 4명과 그들의 남편이 배우 겸 감독을 맡아 찍은 ‘나에게도 아내가 생겼습니다’ ‘기다리면 좋은 일이’ ‘올 마이 라이프’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 7편. 6mm 캠코더카메라로 찍은 8∼10분짜리 독립영화다.

이들 영화는 28일 오후 12시 반 ‘인천여성의 전화’(인천 부평구 부평4동) 2층 교육실에서 시사회를 갖는다. 4월에 열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부부 카메라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품될 예정이다.

이들은 40년 된 소와 노인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처럼 흥행 대박을 꿈꾸고 있다.

다문화 부부 4쌍은 인천여성의 전화가 1월부터 무료로 진행한 미디어교육을 6주간 받으면서 영화를 찍었다. 독립영화 감독 2명과 보조 스태프, 통역인, 아기 돌봄이가 이들의 교육을 뒷바라지했다.

매주 토일요일마다 7∼10시간 강행군이 이어졌다. 처음엔 이주 여성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물부터 감상했다.

10여 편의 영화를 본 뒤 각자 주제를 잡아 영화 찍기 작업에 들어갔다. 촬영과 편집, 녹음 기술을 실전으로 익혀가면서 최근 자신들의 목소리로 내레이션하는 작업을 모두 끝냈다.

교육 직전 베트남인 보티죽마이 씨(23)는 예정일보다 두 달 앞서 아기를 출산하는 바람에 ‘초보 감독’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의 남편 김연국 씨(40)는 ‘어린 신부’의 출산 장면을 생생히 담아 ‘나의 행복을 다른 이에게 전한다’라는 영화로 제작했다. 김 씨는 “영화 편집 때문에 밤늦게 들어가면 아기를 낳은 아내가 불안해하며 구박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아기 낳는 것을 기록할 수 있어 참 좋았다”고 자랑했다.

베트남 출신 아내 팜티닙 씨(21)와 남편 장성주 씨(36)는 “영상물을 만들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알게 됐고, 사랑도 더 커졌다”고 소개했다.

이 미디어교육은 인천 주안미디어센터가 장비를 빌려주고, 한국여성재단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예산을 지원해 이뤄졌다.

인천여성의 전화는 지난해 10월부터 3층 사무실 전체를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 마을’(아이다마을)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어린이 놀이방을 갖추고 있어 이주 여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차를 마시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어, 컴퓨터, 홈패션, 미디어, 통·번역사 등 여러 교육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주말엔 남편을 위한 강좌가 마련된다. 3월에 새로 시작되는 강좌가 많다.

아이다마을은 올해 시작한 미디어 교육을 기반으로 이주 여성을 위한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이다마을 홈페이지를 구축해 미디어 수강생들이 글과 사진을 올려 ‘방송기자’의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이다.

인천여성의 전화 김성미경 회장은 “이주 여성들이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언어 소통만으로는 이런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에 억압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032-527-0090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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