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일부 마을 어귀에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세워진 ‘방사(防邪)용 돌탑’이 과거에는 상당수 마을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역 사진작가인 강정효 씨(44)는 최근 펴낸 ‘제주 거욱대(돌탑의 제주방언)-제주자연마을의 방사용 돌탑보고서’(사진)에서 자연마을 550여 개 가운데 최소한 103개 마을에 돌탑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책은 방사용 돌탑에 대한 최초의 종합연구서로 303쪽 분량에 돌탑의 명칭, 기원, 다양성, 조성 목적, 양식 등을 실었다. 현재 남은 돌탑 69기의 사진, 지도 등과 함께 소개됐다.
방사용 돌탑은 마을의 허(虛)한 곳을 막아 마을의 안녕을 지킬 목적으로 만든 돌 조형물. 화재 예방, 우마 번성, 해상사고 예방, 홍수 방지 등을 위해 세워지기도 했다.
방사용 돌탑은 거욱대, 답, 탑, 까마귀 등으로 불렸다. 돌탑 위 조형물은 까마귀나 사람 형상의 석상, 자연석, 나무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돌탑 높이는 2∼4m가 대부분.
이 돌탑은 성소(聖所) 의미가 있는 마을 제사 장소로도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강 씨는 “방사용 돌탑은 제주 4·3사건, 새마을운동 등으로 훼손되거나 사라졌고 복원한 사례도 있지만 원래 모습을 잃었다”며 “원형이 더 사라지기 전에 지역 역사가 담긴 돌탑의 자료를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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