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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음은 어느 국가 기관에 관한 내용이다. A 기관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보기)에서 찾아 기호를 두 개 적으시오.
A는 헌법을 구체적으로 실현하여 공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권력 행사로 침해된 국민의 기본권을 회복하며, 나아가 정치 세력 간의 극한투쟁을 예방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기>
㉮ 사법 조직에서 최고 법원에 해당한다.
㉯ 법원의 제청에 의해 헌법 소원을 심판한다.
㉰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
㉱ 국회의 제소에 의해 정당 해산 여부를 심판한다.
㉲ 법률의 내용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심판한다.」
[풀이 및 정답] 헌법재판소에 대해 알아보는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국가 기관의 활동이나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국가기관이다.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탄핵의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국가 기관 상호 간 권한 쟁의에 대한 심판, 법률이 정하는 헌법 소원에 관한 심판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대통령과 국회 및 대법원장이 각기 3인씩 선임하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 헌법 재판소의 위헌 법률 심판에 대한 설명이다. ㉮는 대법원에 해당하며, ㉯의 헌법 소원은 국민이 직접 구제를 요청하는 심판이고, ㉱의 정당 해산 심판은 국회의 제소가 아니고 정부가 제소할 때 심판한다.
정답: ㉰. ㉲
■언어
아래 글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고, (보기)는 문학작품의 일반적인 소통 구조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보기)의 ㉠∼㉤에 대해 잘못 이야기한 사람을 고르시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행운이 밀어닥친다. 아침 댓바람에 손님을 둘이나 태워 80전을 번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앓아누운 마누라에게 그렇게도 원하던 설렁탕 국물을 사줄 수 있으리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1원 50전을 더 번다. 엄청난 행운에 신나게 인력거를 끌면서도 그는 병으로 누워 있는 마누라 생각에 내심 불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손님과 흥정하여 돈을 더 번 후,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길가 선술집에 들려 친구 치삼과 술을 마신다.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칸을 빌려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 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한 정적(靜寂),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 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떡꿀떡 하고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 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년”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 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켜켜이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 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 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 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차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라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 “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 보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장만 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 ‘운수 좋은 날’]』
① 정인: ㉠ 당대 서민들의 삶에 대한 작가의 애틋한 관심이 ‘김 첨지’라는 비극적 주인공을 탄생시킨 거야.
② 진호: ㉡ 이 작품엔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하층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잘 드러나 있어.
③ 준식: ㉢ 주인공을 서술자로 설정하여 작품 안에 있는 청자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군
④ 희원: ㉣ 이 글을 읽은 많은 사람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 서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을 거야.
⑤ 가희: ㉤ 이 작품은 제목을 내용과 상반되게 설정하여 오히려 반어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것 같아.
[풀이 및 정답] 문학 작품의 소통구조란 작품이 작가에 의해 특정한 언어 구조로 창작되어 독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구조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부분은 작가의 성장 환경, 정신세계 등이 문학적 상상력과 결부되어 작품 속에 표현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당시 서민들에 대한 작가의 애틋한 관심이 인물 창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부분은 문학 작품이 창작되는 시기의 현실을 반영하는 과정이다. 이 작품에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하층민들의 삶이 잘 드러난다. 그들의 대화, 화폐 단위, 생활 모습 등이 잘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 부분은 작품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단계이다. 이 작품을 읽은 독자는 일제강점기 국권 상실과 하층민의 비참한 삶의 인과관계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나라를 굳게 지켜야 국민의 삶이 보장된다는 깨달음으로 이르게 될 것이다. ㉤ 부분은 작품 전체를 가리키는 부분이고, 이 작품 전체는 제목과 내용의 반어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 부분은 언어 구조의 전달시스템인데 화자는 주인공이 아니다. 작가의 대리인으로 때로는 전지적 위치에 섰다가, 때로는 관찰자 위치에 서기도 한다. 그리고 청자는 뚜렷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은 잘못된 설명이다.
정답: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