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미시…. 스퀴…미시. May I have the definition, please(정의를 말씀해주시겠어요)? Can I have it in a sentence, please(문장에서 그 단어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스퀴미시. s, q, u, e, e, m, i, s, h.”
서울 월촌중학교 2학년 이채민 양(15)이 한참 만에 단어의 철자를 말했다. 잠깐의 정적. 출제자 피터 소콜로프스키 씨(미국 웹스터사 총괄편집인)가 “The correct spelling is s, q, u, e, a, m, i, s, h(바른 답은 s, q, u, e, a, m, i, s, h입니다)”라고 말하자 관중석에선 “아!” 하고 안타까움의 탄성이 터졌다. 정답은 ‘squeamish(까다로운, 신경질의)’. 가운데 한 글자 ‘a’가 틀렸다.
참가번호 49번 서지원 양(13·경기 고양시 한내초등학교 6학년·사진)이 무대에 올랐다. 제시어는 ‘세크럴리지.’ 서 양은 출제자에게 단어를 한 번 더 말해달라고 요청한 후 정의, 어원, 예문 등 몇 가지 힌트를 물었다. 침착한 목소리로 ‘sacrilege(신성모독)’를 맞혔다. 마지막 도전단어인 ‘챔피언 단어’만 맞히면 우승.
“진저바이티스.”
귀 기울여 들어도 어떤 단어인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았다. 서 양의 표정은 이전과 다를 것이 없이 차분했다. 잠시 후 “진저바이티스, g, i, n, g, i, v, i, t, i, s.”라고 또박또박 읊었다. ‘gingivitis(치은염).’ 정답이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5월에 열리는 ‘스펠링 비(Spelling Bee)’ 대회에 참가할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2009 내셔널 스펠링 비’가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주최, 영어교육전문기업 윤선생영어교실 후원으로 지난달 25일 서울 센트럴시티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1925년 미국 켄터키 주에서 시작돼 올해로 82회를 맞았다. 매년 미국 전역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 10개국에서 1000만 명 이상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예선에 참가한다. 최종 우승자는 상금과 함께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올해 한국대표 선발대회 학교 예선에 참가한 학생은 3만4759명. 예선을 거쳐 선발된 95명의 학생이 이날 쓰기 시험과 더불어 단어를 듣고 철자를 한 자씩 발음하는 말하기 시험을 치렀다. 옳은 철자를 말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하고 통과한 학생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총 9회의 라운드 끝에 우승한 서 양은 “작년에 이어 또 우승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다시 미국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 양은 대회를 준비하며 웹스터 영어사전을 A부터 F까지 공부했다. 모르는 단어는 형광펜으로 체크하며 어원을 익혔고 예시문장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파악했다고 한다.
서 양은 “평소 영어 원서로 된 판타지와 고전 소설을 많이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을 펼치지 않고 흐름이 막힐 때만 사전을 본다”고 말했다. 최근 소설 ‘제인 에어’를 읽었다.
대회 때 서 양은 출제자에게 단어의 어원을 반드시 물었다. 헷갈리는 단어는 그 어원을 알면 유추해 답을 맞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양은 “예를 들어 ‘쉬’라는 발음이 들렸는데 어원이 독일어이면 스펠링은 sch일 가능성이 높다”며 “어릴 때부터 윤선생 파닉스를 철저히 공부한 것이 문제를 맞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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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