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반장 대권’ 우리애도 출사표!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7분


초등 반장선거 1주일 앞… 표심 사로잡는 5단계 전략

연예계의 ‘엄친아’로 통하는 가수 이승기. 그는 서울 상계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전교 학생회장이었다. KBS 오락프로그램 ‘1박 2일’에 출연하는 그에게선 반듯한 학생회장의 면모가 드러난다. 겸손하면서도 적극적인 데다 나이 많은 형들과도 곧잘 어울리는 사교성을 지녔다.

내 아이가 이승기처럼 자라길 원하는 요즘 엄마들은 반장 선거를 노린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반장을 맡으면 내 아이의 자신감, 발표력, 리더십이 쑥쑥 자라리라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국제중, 특목고, 대학 입시에서 학교 임원 경력에 가산점을 주기 시작하자 반장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방학마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스피치 학원엔 ‘반장 대비 반’이 생겨날 정도다.

3월 개학을 맞은 초등학교엔 벌써 반장선거 ‘물밑경쟁’이 시작됐다. 앞으로 남은 일주일, 가정에서 직접 따라해 볼 수 있는 ‘반장 선거 필승전략’을 알아본다.

○ 1단계 ‘나를 알고 너를 알라’

반장 선거에 나가려면 일단 두 가지 사전 조사가 필수다.

첫째, 아이의 평판을 알아본다. 친구들이 보는 아이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 장점을 부각하는 선거 연설문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는 아이의 모습과 바깥에서의 모습이 사뭇 다를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평소 다니던 학원 강사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둘째, 학급의 분위기를 알아야 한다. 아이가 일년 동안 이끌 학급의 주 관심사를 알아야 ‘맞춤형 공약’을 세울 수 있다. 새 학년을 맞아 교사가 알려주는 학급 운영방향은 꼭 체크해볼 것. 매일 아침 0교시에 독서를 시킬 정도로 독서를 중시하는 교사라면 독서 관련 공약을, 체육수업을 강조하는 활기찬 남자 교사라면 협동심과 단합을 강조하는 공약을 만드는 것이 좋다.

친구들을 직접 만나서 “우리 반에서 가장 부족한 게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이렇게 ‘나를 알고 너를 알면’ 다음 단계인 반장 선거 연설문 쓰기가 한결 쉬워진다.

○ 2단계 ‘모두가 공감할 연설문을 쓰라’

요즘 반장 선거는 성적순이 아니다. 누구나 출마할 수 있도록 성적 제한을 없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반장 선거 연설문 샘플이 넘쳐난다. 그대로 짜깁기했다가는 학급 친구들이 “저거 어디서 본 건데”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반장 선거 연설문의 핵심은 내 이미지에 맞는 연설문을 쓰는 것(그래픽 참조). 착하지만 까불거리는 성격의 장난꾸러기였던 김태현 (가명·초4)군은 태권도 허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앞에 나가 “여러분의 머슴이 되겠습니다”라고 대뜸 큰절을 해서 반장이 됐다.

공주풍 옷차림에 지나치게 잘난 척을 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반장 선거에서 낙방했던 윤이지(가명·초5)양은 어릴 때부터 익힌 바이올린 솜씨를 뽐낸 뒤 “혼자서 튀지 않고 우리 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반장이 되겠다”는 조리 있는 연설을 해서 반장에 당선됐다.

커뮤니케이션 교육전문가 이혜범 씨는 “저학년은 재미있고 싹싹해 보이는 친구를 뽑는 경향이 있고, 고학년은 의젓하고 똑똑해 보이는 친구를 뽑는 경향이 있다”고 조언했다.

연설문은 구어체로 원고지 4장(800자) 정도를 쓰는 게 적당하다. 초등학생들은 시청각 자료에 예민하므로 소품도 준비해둔다.

○ 3단계 ‘선거 당일 볼 커닝 페이퍼를 만들라’

텔레비전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보면 진행자들이 ‘큐 카드’라 부르는 종이를 손에 들고 마치 ‘커닝’하듯 틈틈이 살피며 말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 큐 카드는 방송에서 말할 내용을 요약한 원고다.

반장 선거 연설문을 압축해서 ‘스피치 개요서’를 만들어본다. 연설문을 수첩 한 페이지 분량 정도로 요약하되, 서론·본론·결론이 살아있고 본론에 들어갈 공약이 세 가지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스피치 개요서는 말하기 연습을 할 때나 선거 당일 연설을 할 때 틈틈이 훔쳐볼 ‘커닝 페이퍼’로 요긴하게 쓰인다.

연설문을 통째로 달달 외워서 말하는 건 절대 금물. 외운 티가 나서 어딘지 어색한 데다 한 군데 틀리기라도 하면 떨려서 계속 틀리게 된다. 학급 친구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대신, 기억을 더듬느라 허공을 올려다보게 되는 것도 단점.

○ 4단계 ‘녹음하고 녹화하며 말하기 연습을 하라’

“아나운서가 갈수록 목소리와 외모가 좋아지는 이유는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이에요. 열 번 말해보는 것보다 한 번 캠코더 녹화나 보이스 펜 녹음을 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게 훨씬 좋아요.”

스피치 전문가로 활동하는 KBS 아나운서 김은성 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발음은 정확한지, 목소리는 큰지, 속도는 적절한지, 시선이나 자세는 바른지를 체크해 보기 위해서다. 아이가 말하는 것을 녹음·녹화해서 함께 고칠 점을 찾아보고 다시 녹음·녹화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 5단계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라’

말하기 연습을 충분히 했다면 실전만이 남았다. 교탁 앞에만 서면 긴장하는 ‘무대 공포증’이 있는 학생이라면 주말에 학교를 찾아 교탁 앞에서 실전처럼 연설을 해보자.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간 동안 연설을 해보는 경험이 긴장을 줄여준다.

선거 당일 자신의 발표 차례를 기다릴 때는 떨려서 주변 소리가 잘 안 들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목을 돌리거나 어깨를 풀어주는 등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본다. 마침내 내 차례가 돌아왔다면? 자신감 있는 표정과 당당한 걸음걸이로 단상에 올라 친구들을 향해 활기차게 외치자. “안녕하십니까. 기호 ○번 ○○○입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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