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때 답변 못하면 불이익” 설명에 긴장
“법-제도 정비 제대로 안돼 어쩌나” 걱정도
“헌법 수업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 손들어보세요.”
2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첫 수업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법학대학 B109 강의실.
‘헌법Ⅰ’ 과목 강의를 맡은 김종철 교수가 수업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던진 질문에 39명의 학생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손을 들었다.
“허허. 엄청 많네. 만만치 않은 수업 커리큘럼인데….”
학생들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김 교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수업은 토론식.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를 위해 한 학기에 질문회피권을 2개 드립니다. 회피권을 신청하지도 않고 답을 못하면 불이익이 있겠죠. 그리고 원고지 40장 분량의 과제물도 있습니다.”
기존의 법조인력 양성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로스쿨의 첫 수업이 이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강원대 등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교수들은 기존의 법대와 로스쿨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장인, 사법고시 준비생, 대학원생 등 출신이 다양한 학생들은 ‘로스쿨 1기생’이라는 기대감 속에서도 철저한 토론식 수업방식과 강도 높은 커리큘럼에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첫 수업에 앞서 “토론형 수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판례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법전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낙제 기준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졌다.
이날 고려대 로스쿨에서 첫 수업을 받은 김민규 씨(26)는 “과거 법대에서 1주일에 4시간씩 두 학기에 걸쳐 배우는 분량을 한 학기에 끝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방대학의 로스쿨 입학식 및 개원식에는 지역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입학식을 한 경북대에는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김수학 대구지법원장, 박한철 대구지검장 등이 참석해 로스쿨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수년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첫 발걸음을 뗀 로스쿨이지만, 최근 국회에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이 부결되고 일각에서는 일반인도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예비시험제’ 도입을 주장하는 등 관련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데 따른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전남대 로스쿨 임시 학생대표인 이철수 씨(47)는 “로스쿨에 들어왔지만 마음은 가볍지 않다”며 “로스쿨은 기존 사법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인데 아직까지 변호사 시험 과목조차 확정되지 않아 입학생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세대 로스쿨의 최민혁 씨(29)는 “모든 제도가 정비되고 로스쿨이 시작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앞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착되리라 확신한다”며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취지가 잘 반영된다면 우리 사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수업 첫날, 교수들이 ‘예비 법조인’들에게 건네는 당부의 말도 여느 수업과는 달랐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전효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민형사 절차법’ 강의에서 “출석은 자유, 결석은 자진신고만 하면 된다”며 “출석도 속이는 사람이 어떻게 법관이 되겠나. 자율신고를 하는 이유는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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