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강화 고려궁터서 유물 쏟아져

  • 입력 2009년 3월 3일 07시 20분


석달간 100여점 수습

몽골 항쟁을 위해 건립됐다 허물어진 뒤 800년 가까이 땅속에 묻혀 있던 강화도 고려궁궐 터에서 유물이 대거 발굴됐다.

인천 강화군은 겨레문화유산연구원이 3개월간 사적 133호 고려궁궐 터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여 연화문 수막새와 당초문 암막새, 고려청자 편, 어골문 기와(평기와) 등 100여 점을 수습했다고 2일 밝혔다.

조사단은 강화군청 인근에 복원된 외규장각 바로 뒤편 경사면 2000m² 터에서 이들 유물과 함께 궁궐 건물을 떠받치던 석축도 확인했다.

발굴조사에 참여한 이형구 지도위원은 “개성 고려궁인 만월대와 유사한 형태의 석축이 나타났고, 석축 위쪽을 추가 발굴할 경우 기단 등 왕궁 흔적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궁궐에 대한 기록은 ‘고려지’ 등 고문서에 많이 남아 있지만, 고려궁궐 터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화군은 고려궁궐 터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조사에 나서기 위해 국비 지원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번 발굴 조사는 강화군이 2억 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군은 외규장각을 복원하기 전인 1999년경 이 일대에 대한 기초 발굴조사를 벌였으나, 조선시대 유물만 발굴됐다. 외규장각의 원위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2002년 고려궁궐 터에 외규장각을 복원해 놓은 상태다.

고려궁궐은 몽골이 개성을 침입한 이듬해인 1232년 고려 인종의 강화 천도에 맞춰 건립되기 시작해 1234년에 완공됐다. 38년간 대몽 항쟁을 벌이다 항복한 1270년 몽골 요구로 궁궐 전체를 철거했다.

조선시대엔 병자호란 직전인 1631년 이 자리에 왕이 잠시 머무르는 행궁이 지어졌고, 정조 때인 18세기 말 행궁 인근에 외규장각이 건립됐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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