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뚫는데 노사가 따로 있나요”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코오롱 노조위원장 日회사 찾아 납품 설득

‘강성노조’로 기억하던 거래처도 긍정 반응

일본 니가타(新潟) 현 조에쓰(上越) 시에 있는 섬유회사인 호시노 관계자들은 3일 오전 예상치 못한 손님에 깜짝 놀랐다.

김홍열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위원장이 이 회사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원사(原絲)의 납품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영업 직원 두 명과 함께 일본에 간 것.

그는 “지금 같은 불황에 노조가 손을 놓고 있으면 결국 도태된다”며 “노사 구분 없이 영업에 힘을 보태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코오롱은 지난해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1조9902억 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전 직원은 2003년 이후 5년 만에 직원당 100%의 성과급과 150만 원의 격려금을 받을 수 있었다.

2007년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코오롱 노조가 회사의 경영여건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호시노는 일본 도요타에 안전벨트 원단을 공급하는 회사다. 안전벨트용 원사 시장 세계 3위인 코오롱에 이번 납품은 놓치기 힘든 기회였다.

그는 이날 호시노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품질과 납품 기한은 노조가 책임질 테니 코오롱 제품을 써 달라”고 설득했다.

노조위원장의 ‘현장 영업’에 호시노도 움직였다. 호시노 측은 김 위원장에게 “코오롱 제품의 샘플을 받은 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 코오롱에서 물건을 구매하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줬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잘돼야 내가 잘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노조의 변화 원동력”이라며 “회사 매출을 조금이라도 늘려 조합원의 주머니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노조위원장의 역할이라는 생각에 영업현장에 나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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