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직접 보험상품 가입도
안모 씨(45)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 보험회사의 ‘잘나가는’ 보험설계사였다.
성실한 태도와 조리 있는 언변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은 안 씨는 수십억 원의 보험 상품을 판매해 2004, 2005년 회사 선정 ‘보험왕’에 연거푸 선정됐다.
그러나 “계속 우수한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안 씨의 발목을 잡았다. 실적 유지를 위해 고객의 돈에 흑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안 씨는 2005년부터 자신의 고객이던 동대문시장 상인 6명으로부터 “돼지농장 사업을 하고 있는데 투자만 하면 고소득이 보장된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23억여 원을 받아 챙겼다.
심지어 지난해 4월에는 고객 2명이 가입한 적금형 보험을 고객의 동의 없이 해지한 뒤 이들의 보험금 9000만 원을 빼돌렸다.
이렇게 챙긴 돈으로 안 씨는 보험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대신해 돈을 납부해 주거나, 자신이 직접 보험 상품을 가입하는 등 실적을 높여갔다.
그러나 안 씨의 ‘돌려 막기’가 길어지면서 그의 범행은 끝내 들통 나고 말았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5일 안 씨에 대해 고객의 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