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선발 다양화란 측면에서 KAIST의 입시 방침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올해 입시부터 경시대회 입상 실적을 일절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은 입시제도의 안전성을 흔드는 성급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KAIST가 2010학년도 입시부터 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성과학고 김영준 교장(사진)은 ‘충격적’이라는 단어로 반응을 대신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장학사와 장학관을 거친 교육 행정가이기도 한 김 교장은 급작스러운 제도 변경이 가져올 혼란을 무엇보다 우려했다.
“입시 전형안은 적어도 10개월 전에는 예고하는 것이 교육계의 상식인데 올해 대입 수시모집이 9월 초에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KAIST의 이번 발표는 학교나 수험생 처지에서 너무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KAIST가 경시대회의 영향력을 줄여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이 아닌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입학 문호를 넓히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시대회 준비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찾게끔 도와주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당장 수학 과학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보다 정말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KAIST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가의 인재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경시대회 같은 특수한 훈련을 받은 학생을 무턱대고 배척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행학습을 받은 인재를 필요로 하는 곳의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김 교장은 “일부 경시대회가 시험을 위한 시험이 된 측면이 있다”며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문제풀이의 달인만 뽑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새겨들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장은 “경시대회가 본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면 그 취지를 살릴 수 있게끔 경시대회의 방식이나 경로 등을 개선하면 될 일”이라며 “대학들이 다양한 선발방식을 고민하기에 앞서 경시대회를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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