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토요일마다 경기
들치기 뿔걸이… 기술 다양
격한 충돌에 스트레스 날려
“허이, 그렇지 받아! 더 밀어!”
6년생 싸움소인 ‘해신’을 출전시킨 경남 김해의 박정수 씨(61)는 상대인 5년생 경남 진주 소 ‘오성’을 공격하라고 계속 주문했다. 해신이 주인의 말을 알아들은 듯 과감하게 ‘목감아 돌리기’를 시도하면, 오성은 즉각 ‘뿔치기’로 맞섰다.
숨 막히는 접전을 벌인 지 20여 분. 두 싸움소의 뿔 주변이 벌겋게 물들고, 입에서는 거친 호흡과 함께 침이 흘렀다. 부릅뜬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굵은 핏발이 섰다.
오성의 주인도 “야, 가자! 때려!”를 외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패기의 오성이 선전했으나 결국 지구력에서 앞선 해신이 25분 30초 만에 승리를 거뒀다.
7일 오후 진주상설소싸움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제1회 상설소싸움경기대회’ 개막전. 병종(丙種)인 해신과 오성의 경기 시간이 가장 길었다. 나머지 13경기는 대부분 10분 안팎에 끝났다.
이날 소싸움은 갑(甲·751kg 이상)과 을(乙·661∼750kg) 병(600∼660kg) 등 3종으로 나뉘어 같은 체급끼리 단판 승부를 벌였다. 소가 등을 보이면 패하게 되며 체급별로 30만∼50만 원의 출전수당이 지급된다.
이날 경기에서 을종의 ‘청룡’(8년생)과 ‘박광’(6년생)은 12분 21초 동안 치고받은 끝에 신예 박광이 맷집과 노련미를 자랑하는 2007 의령대회 3위의 청룡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기축년 소의 해, 소싸움의 계절이 돌아왔다.
투우로 유명한 경남 진주시와 의령군, 경북 청도군 등지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싸움소들이 잇따라 자웅을 가린다. 출전을 앞둔 소들은 요즘 타이어 끌기, 모래밭 달리기 등으로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1000kg에 육박하는 거구가 뿔을 앞세운 채 상대 머리를 들이받는 소싸움은 주인뿐 아니라 관람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뿔이 상대 소의 목덜미 주변을 긁고 지나가면 살이 파이고 털이 공중으로 날린다. 싸움소들마다 ‘들치기’ ‘뿔걸이’ ‘밀치기’ 등 기술도 다양하다.
대기실에서는 순한 양 같던 싸움소들도 지름 32m의 원형 경기장에 들어서면 사나워진다. 앞발로 모래를 깊이 파헤쳐 자기 영역임을 과시하고,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우우우∼’ 큰 소리를 내 기선을 제압한다.
진주에서는 11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0경기 안팎의 소싸움이 펼쳐진다. 관람은 무료다. 구수한 사투리를 섞은 강명철, 강동길 콤비의 진행이 재미를 더한다.
정영석 진주시장은 “경기 때마다 경품과 공연을 준비해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에서는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250여 마리가 출전한 가운데 전국소싸움대회도 개최된다.
제22회 의령전국민속소싸움대회는 4월 20일부터 6일간 의령읍 의령천변 임시투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대회에는 의령의 ‘범이’와 외뿔소인 ‘조국이’, ‘먹도리’를 비롯해 전국 최고 수준의 싸움소 250여 마리가 출전한다.
체급별 토너먼트 경기를 벌여 우승 소에는 500만∼1000만 원의 상금과 우승기가 주어진다. 체급별 2∼4등과 8강 및 16강 진출 소에도 시상금이 있다. 대회 기간 중 매일 송아지 1마리를 경품으로 내놓는다.
‘2009 청도소싸움축제’는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청도상설소싸움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