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경제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다음 공개채용 때 우선적으로 연락을 주겠다"는 회사 측 통보를 받았지만 눈앞이 캄캄했다. 국내 항공사에 2년 째 줄줄이 낙방한 뒤 1년 간 300여만 원을 들여 승무원 아카데미를 수료한 끝에 어렵게 잡은 기회를 허망하게 놓쳐버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입사 대기생 신세로 전락한 A 씨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4개월째 회사의 연락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분이 드러나 입사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여러 차례 취재를 거부했던 A씨는 "이번에도 입사를 못하면 나이 제한 때문에 승무원 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정식 입사가 연기돼 '입사 대기생'으로 초조한 나날을 보내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생산직 합격자를 최종 발표했으나 업계 상황이 악화되자 현재 일부만 채용한 상태다. 회사 측은 경기가 나아지는대로 합격자 전원을 순차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도 신입사원 전형을 진행하다 1차 면접에 오른 1200여 명의 지원자들에 대해 채용을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악화돼 신규채용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며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에 소개를 해줘 채용을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8년 외환위기 때도 현대전자에 합격한 신입사원 31명이 1년 6개월간 대기 상태로 있다 결국 채용이 취소되는 등 입사 대기자, 입사 취소자들이 대거 양산됐다.
'100% 고용'을 약속하며 인턴직원을 모집했던 대기업들이 경제위기로 고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D건설에 인턴으로 입사한 김 모 씨(28)는 "인턴은 하반기 인턴실습 수료 후 2009년 1월 2일 입사"라는 공고만 믿고 2개월의 인턴 기간 동안 별다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턴기간이 끝난 9월 말, 회사는 인턴 153명의 인턴 중 김 씨 등 28명을 채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뒤늦게 구직활동에 나선 김 씨는 낙방을 거듭하다 올해 초 진로를 틀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S건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K 모 씨(29)도 마찬가지.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인턴에 합격한 K 씨는 당연히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건설경기 악화로 인턴 43명 중 15명만 채용됐다.
건국대 취업정보센터 권용석 실장은 "최근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의 초임을 30%까지 깎는 등 입사 후에도 여건이 불안하다"며 "고용시장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눈앞에서 꿈을 놓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신광영기자 neo@donga.com>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