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울릉도 교육열 달아오른다

울릉중 태하분교 만학도 2명 입학… 영어 원어민교사 배치

방과후 특별 프로그램-장학회 만들어 공부 뒷바라지 후끈

“선생님들께서 너무 잘 가르쳐 주셔서 늘 고맙고요. 나중에 꼭 훌륭한 법관이 될 겁니다.”

경북 울릉군 서면 태하리 바닷가에 있는 울릉중 태하분교장 3학년 김진희 양(16)은 10일 “도시보다 오히려 더 좋은 학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학교 앞에는 동해의 수평선이 펼쳐져 있다.

김 양은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전국학력성취도 평가에서 국어, 영어, 수학 등 5개 과목에서 모두 100점 만점을 받아 전국 만점학생 1.27%에 들었다.

전교생 8명과 교사 6명이 가족처럼 어울려 공부하는 태하분교에는 이달 초 김모 씨(56·여) 등 마을 주민 2명이 입학했다. 교사들은 이들을 ‘큰 학생님’으로 부른다.

학교 측은 2일 제38회 입학식에 주민 40여 명을 초청해 국수와 돼지고기 등을 대접하며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김종현 교무부장(44)은 “학생과 교사들이 방과 후에도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한다”며 “도시에 비하면 교육 여건이 많이 떨어지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열심히 하려는 의욕만큼은 전국 어디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학생이 1000여 명인 울릉도에 ‘교육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좀 한다는 학생은 대부분 포항이나 대구 같은 도시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막아보자며 울릉군과 학교, 학부모가 힘을 모은 결과다.

학교마다 방과후 특별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대학들과 협력을 맺어 진학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울릉군민들이 뜻을 모아 장학회도 출범시켰다.

현재 쌓인 기금은 8억 원. 5년 안에 50억 원을 조성해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할 계획이다.

지난겨울 중학생 15명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애리조나 주에서 20일 동안 참여한 연수는 교육 열기에 불을 지폈다. 울릉군이 경비를 지원한 이 연수는 울릉도의 최대 화제가 됐다.

섬 학생들이 비행기를 몇 번이나 갈아타면서 머나먼 미국을 경험했기 때문. 올해도 이 연수가 예정돼 있어 벌써부터 섬이 들썩이고 있을 정도다.

유일한 고교인 울릉종합고의 입학과 진학은 울릉 교육의 미래를 엿보게 한다.

5년 전만 해도 울릉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울릉종합고로 진학하는 비율은 절반이 채 안 됐지만 올해의 경우 5개 중학교 졸업생 71명 중 90%가 이 고교로 진학했다.

지난달 울릉종합고를 졸업한 55명이 모두 경북대와 영남대, 대구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에 진학하거나 취업했다.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육지에는 흔한 영어 원어민 교사가 울릉도에는 다음 달 드디어 2명이 들어온다. 울릉군이 한동대와 협약을 맺고 경비를 지원해 이뤄지게 된 것.

울릉군 김헌린 정책발전팀장은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섬이 텅 비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고교까지는 울릉도에서 공부해도 충분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