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지자체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하소연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꿈같은 얘기

하루 30~40통 전화상담도 힘들어”

‘긴급복지’ 건수 작년 두배 일은 늘어도 일손 그대로

지자체 재정자립도 낮아 전담인력 충원 엄두 못내

“요샌 죽을 시간도 없어요. 인력은 그대로인데 일이 많아져서요.”

서울시 강북구청 주민생활지원과 담당자가 하소연하듯 농담했다. 그는 “보건복지가족부와 서울시에서 하는 복지사업 건수뿐 아니라 지원 대상자도 대폭 늘었다”며 “관련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30∼40통 걸려오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통상 오후 10시까지 야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복지부와 서울시는 민생안정 대책으로 긴급복지 지원 대상자 제한 기준을 완화하고 ‘SOS 위기가정 지원사업’, ‘꿈나래 희망통장 사업’ 등 새로운 사업 3, 4개를 추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긴급복지 지원 건수는 9088건으로 지난해 4201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긴급복지 지원 사유에 휴·폐업을 추가하고 재산 기준도 대도시 9500만 원에서 1억3500만 원으로 완화하면서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

올해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이외에도 “복지 서비스 사각지대의 빈곤층을 찾아내 지원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발굴은커녕 밀려오는 전화 상담을 처리하는 데도 여력이 없다”고 토로한다.

강동구청 복지사업 담당자는 “그동안 자격 요건 미달로 복지 지원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지원이 중지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복지 서비스 사각지대를 찾고 있다”며 “일일이 방문해 상담하는 시간이 부족해 얼마나 발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찾아가는 복지, 발굴하는 복지는 환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복지 지원 대상자가 많아지니 대상자가 제대로 선정됐는지 일일이 검증하기 힘들어 일선 주민센터 등에서 올린 선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일도 번번이 일어난다. 복지지원 요청을 한 사람의 실제 생활여건을 실사하기 위해서는 며칠씩 걸리기 때문이다.

일이 늘어나면 일손도 늘려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박영세 부산시 복지건강국장은 “각 기초단체의 예산은 총액인건비로 책정돼 있어 예산 범위 내에서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복지담당 직원만 증원하는 것은 무리고 인건비 재정을 늘리려고 해도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대부분 20∼40% 수준이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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