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입시 실기고사 없앤다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면접때 입학사정관 창의력 평가로 대체

올 100여명 적용… 2013학년도 전면 폐지

2013학년도부터 홍익대 미대 수험생들은 석고상 하나를 앞에 두고 같은 시간 내에 똑같은 스케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홍익대가 간판 단과대인 미술대 입시 실기고사를 2010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없애 2013학년도에는 전면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962학년도 미술 실기고사를 도입한 지 48년 만의 변화다.

홍익대가 11일 발표한 ‘미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입시 개혁안’에 따르면 올해 서울캠퍼스 미술대 자율전공 전형에서 100여 명을 실기고사 없이 학교생활기록부, 면접, 대학수학능력시험만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미술대(정원 460명)와 조치원캠퍼스 조형대(400명)의 모든 학과에서도 실기고사를 단계적으로 없애 2013학년도에는 실기고사를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그동안 실기고사로 점수를 매겼던 미술 실기 능력은 전문 입학사정관이 심층면접을 통해 파악한다. 면접 과정에서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선생님의 이미지를 표현해 보라’는 식으로 창의력이나 소질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부의 미술 교과 성적과 미술 동아리 등 비교과활동을 통해 미술 공부에 대한 열의도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사교육을 막기 위해 경시대회나 실기대회 입상 성적은 반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권명광 홍익대 총장은 “수험생들이 학원에서 그림이나 석고상을 외워버리는 바람에 정작 고사장에서는 앞에 있는 석고상을 보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는 실정”이라며 “정말 미술을 원하고 소질이 있는 학생이 아니라 일찌감치 미술 학원에서 훈련에 매달린 아이들이 미대에 진학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홍익대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잇따라 불거진 실기고사 관련 비리의 영향도 적지 않다.

홍익대는 지난해 초 실기고사 문제인 석고상과 정물이 사전에 학원가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또 지난해 말에는 특정 수험생의 미대 지원 청탁 의혹으로 교수 2명이 정직과 감봉 처분을 받았고, 또 다른 교수는 사설 미술학원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해 과외교습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檢 “입시 비리 첩보 확인중”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날 이 대학 미대 입시과정에서 교수들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할지 결정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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