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입시 전반이 획일적인 실기고사에서 벗어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방법적인 측면은 신선하다. 사교육 업계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술은 손에서 나오는 기능적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에 실기 능력을 다른 형태로 평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박태홍 미술교사 서울 창덕여고
“기존 입시안을 바꿔 보자는 성급한 생각에서 나온 미봉책 같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면 학업 성적과 미술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실기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수능, 학생부, 면접만으로 미술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뽑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을 낳을 수 있다.” 강신영 미술학원강사 천년의 미소
학원가 “파장 어디까지…” 술렁
학생들 “선발 공정할지…” 우려
홍익대 미대의 실기고사 단계적 폐지 소식이 전해진 11일, 미대 실기고사를 전문적으로 대비하는 미술학원가에서는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미술학원 대다수는 홍익대의 실기고사 폐지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A 미술학원 김모 원장은 “야구선수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와 면접만으로 뽑겠다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며 “그림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미대에 합격한 뒤 교수가 원하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다시 학원 강의를 듣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B 미술학원의 서모 원장은 “실기고사 관련 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워지려는 홍익대의 고민이 이해된다”면서도 “실기고사를 폐지하면 감수성만 뛰어나고 미술 실력은 부족한 학생들의 합격이 쉬워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익대의 입시개혁안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수강생 감소로 인해 학원 경영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C 미술학원의 정모 부원장은 “다른 대학들도 홍대의 방식을 따른다면 학원 경영이 많이 어려워질 것 같다”며 “이러다가 모두 거리에 나앉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홍익대 앞 미술학원에서 만난 미대 지망생 박혜인 양(18·중경고 3년)은 “고생하며 미술 실력을 연마하지 않아도 미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데 미술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정 같다”고 말했다.
호산나 양(18·진명여고 3년)은 “미술 전문 입학사정관이 도입된다고 해도 과연 실기고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