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벨리 이야기<25>한국한의학연구원

  • 입력 2009년 3월 12일 06시 41분


‘현대판 허준’ 키울 침-뜸 치료기술 찾아

전국 방방곡곡 돌며 DB 구축해 과학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창현 연구원은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침과 뜸을 경험했다. 젓가락 굵기의 대침도 눈 질끈 감고 맞아봤고 그의 몸 곳곳에는 뜸으로 생긴 흉터도 적지 않다. 2005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직접 침과 뜸을 체험하면서 40여 가지의 기술을 수집했다.

침구 치료기술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이 작업은 한의학연구원이 추진하는 침구 연구의 과학화와 표준화 작업(침구경락 연구거점 기반구축 연구사업)의 일환이다.

▽경혈 통일, 침구 효과 검증, 침술 체계화=침구 과학화 표준화는 침과 뜸을 놓는 자리인 경혈의 위치를 정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이를 위해 침과 뜸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 국제보건기구(WHO)가 2003년 처음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주요 경혈 361개 가운데 92개의 위치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침구학 문헌이 대부분 경혈의 위치를 ‘둘째손가락의 둘째 마디와 셋째 마디 사이’같이 모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 그려져 있어도 그 지점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웠다.

침구경락연구센터 최선미 박사는 “3개국의 문헌을 서로 대조하고 실제 측정을 해보면서 기혈(氣血)이 운행하는 주요 통로인 인체의 12가지 경맥과 이 기본 경맥에 속해 있는 361가지 경혈의 위치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침술의 실제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기술을 체계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고혈압 증세에 대해 과학적인 추적 작업을 벌인 결과 격팔상생역침법과 황구침법, 평침화침, 곡운침법 등이 치료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어떤 증상에 대해 침과 뜸이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작업도 침구 과학화의 중요한 부분. 연구원은 갱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얼굴 화끈거림 현상(안면홍조)에 뜸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안면홍조는 폐경 후의 일반적인 증상으로 갱년기 여성의 75%가 경험하고 있지만 뜸의 효과는 그동안 전혀 연구되지 않았다.

▽주변국이 당황하는 한국의 침구 발전=연구원은 지난달에는 중국의 최대 전통의학연구기관인 중국중의과학원과 ‘다국가 다기관 임상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점차 늘어가고 있는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침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첫 연구 대상.

공동연구는 향후 1년간 한국은 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임상연구센터와 경희의료원에서, 중국은 중국중의과학원 광안문병원과 베이징 중의약대학 동직문병원 등 4곳의 임상연구기관에서 진행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레르기비염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 10위 안에 들어간다. 연간 420만 명의 환자가 1250억 원의 진료비와 910억 원의 약국 처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침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요법보다 인체에 훨씬 안전한 치료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침구 표준화와 과학화는 중국 중의학계에 위협적일 정도다. 양진성(楊金生) 중국 중의과학원침구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중국 관영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침구 표준 제정이 한국보다 뒤떨어져 국제사회에서 침구 주도권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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