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국제사법기구 수장 탄생

  • 입력 2009년 3월 12일 20시 52분


국제적인 반(反) 인류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재판과 처벌을 맡고 있는 세계 유일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에 송상현 재판관(68)이 선출됐다.

ICC는 11일 성명을 통해 "송 재판관이 절대 다수의 지지로 3년 임기의 새로운 재판소장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으로 뽑힌 것은 처음이다.

ICC는 18명의 재판관(현재 남성 8명, 여성 10명)이 모여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비밀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재판소장을 선출한다.

ICC는 "송 신임 재판소장은 법원 운영, 형사소송절차, 증거법 등과 관련해 실무와 학문을 겸비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ICC 소장은 2명의 부소장과 함께 재판소의 전반적인 운영과 행정을 책임진다. 제1, 제2부소장에는 말리의 파투마타 뎀벨레 디아라, 독일의 한스 페터 카울이 각각 선출됐다.

ICC는 4일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 반군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30만 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1월에는 재판소 출범 이후 첫 재판을 여는 등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8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148개국 대표가 참가해 열린 'ICC 설립을 위한 전권외교회의'에서 채택된 ICC 협약에 따라 2002년 7월 출범했다. 본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송 신임 재판소장은 지난해 7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3월 투표 때 재판소장에 도전해 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도의 경험과 식견을 갖춘 17명의 동료 재판관의 판단에 달려있다"며 도전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김경한 장관이 유럽을 방문하는 등 송 재판소장의 당선을 위해 막후 지원활동을 벌여왔다.

고하 송진우 선생의 손자인 송 재판소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63년 고시 사법과 16회에 합격했다. 1970년 미국 코넬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82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일해왔다. 2003년 3월 ICC 초대 재판관에 선출됐고, 2006년 1월 재선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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