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높은 환율 때문에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남동공단 내 30% 이상의 중소기업이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수입 원자재를 가공해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일단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원재료의 양이 줄고,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은 당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줄여야 하고 버티지 못하면 직원들을 구조조정하게 된다.
이 같은 도미노 현상은 주식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에 민감한 외국인투자가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필명 ‘미네르바’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것도 모두 이런 일련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이 유독 글로벌 경기에 민감해 쉽게 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부터 일상의 뉴스가 된 환율을 보면서 생각한다. 도대체 그 많던 경제 전문가들은 어디에 있는가. 훈장처럼 달고 다니던 외국 유학의 이력서는 어디에 숨겨 두었는가. 정작 제2의 외환위기를 넘어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대처 방법과 미래를 말해주는 전문가들은 없다. 최근 ‘화폐전쟁’이란 책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패니메이’에서 근무했던 중국인 쑹훙빙(宋鴻兵·41) 씨다.
그는 ‘패니메이’ 사례를 통해 미국 경제가 타이타닉호처럼 침몰위기에 있다는 신호탄을 맨 처음 쏘아 올렸다. 그의 말처럼 미국 경제는 지진의 단계를 지나 ‘금융 쓰나미’가 현실화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그렇게 많이 등장하던 경제 전문가를 보유한 국가에서 한국판 ‘쑹훙빙’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전문가나 교수들 가운데 위안화와 엔화 환율이 얼마까지 갈지 그리고 과연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로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는지를 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쑹 씨가 이끄는 환추(環球)재경연구원에는 40명의 연구원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는 그보다 규모가 더 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이 있다. 그런데도 왜 중국의 연구소보다 못한 것일까. 한국의 23개 국책연구원은 거의 모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장도 바뀐다. 연구자들은 강제로 지방으로 가기보다는 이직을 선택한다.
국책연구기관이 많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책을 접할 수 없는 이유다. 그것이 바로 한국판 ‘쑹훙빙’이 나타나지 않는 우리 시대의 불행이기도 하다. 그 여파는 인천 경제에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과 교수 mb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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