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감염된 20대 남자가 충북 제천 지역에서 수십 명의 여성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발생하는 에이즈 환자가 아니라 감염 상태이긴 하지만 보건당국의 에이즈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택시운전사 전모 씨(26)가 여성 속옷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로 11일 경찰에 붙잡히면서.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전 씨는 2003년 6월 청주지방병무청의 신체검사에서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 사실을 통보받았다. 전 씨는 2개월 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HIV 양성 확진을 받고 제천보건소에 등록돼 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그후 택시를 운전한 전 씨는 최근까지 6년 가까이 술집 여종업원이나 만취한 여성 승객 등 수십 명을 자신의 원룸으로 유인해 성관계를 맺어왔다. 또 일부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 씨는 성관계 전 여성들에게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피임기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전 씨가 에이즈 감염인이란 사실은 절도 사건으로 들통이 났다. 그는 집 근처를 돌며 여자 속옷만을 훔쳐 보관해오다 11일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많은 분량의 약봉지도 함께 발견돼 경찰이 용도를 추궁하자 전 씨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밝혔다.
경찰은 13일 전 씨에 대해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장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와 동영상 등을 바탕으로 상대 여성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노래방 도우미 2명의 신원을 확인해 보건당국에 에이즈 감염 여부 조사를 의뢰해놓은 상태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전 씨와 성관계를 한 여성들이 HIV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씨는 관할 보건소 등록 후 30여 차례 주기적인 상담과 건강관리를 받고 투약과 검진을 해와 일반인과 거의 같은 건강 상태임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의 수가 매우 적어 거의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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