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그 장소에서 우리 학과도 신입생 행사를 치렀기에 남 일 같지가 않다. 더군다나 우리가 머물렀던 날 새벽에도 만취한 다른 대학 남학생이 2층에서 추락하여 병원에 실려 갔다. 그 학생은 아직도 입원 중이라고 한다.
언제부터 대학가 MT나 오리엔테이션에 폭음과 만취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을까?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에도 동아리와 학과에서 대성리며 백마로 야유회, 오리엔테이션을 갔다. 그때도 막걸리며 소주, 캔맥주가 짐가방 속에 있었지만 주요 메뉴는 아니었다. 요즘은 정규 프로그램이 끝난 저녁 무렵부터 밤새 퍼마시다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가 되어서야 이리저리 쓰러져 잠든다. 다음 날 아침에 학생을 모으면 다들 낯빛이 누렇고 흐느적거린다.
고생 끝에 대학 보냈더니 첫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온 자녀가 술 냄새 풍기며 휘청거리면 부모 마음은 또 어떨지!
동서고금 어느 집단에서나 신고식, 환영회는 있다. 문화권마다 다양하고 기기묘묘한 의식을 치르겠지만 대학가의 이런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학과에서는 내년부터 술 없는 신입생 행사를 갖기로 했다.
선배가 권유한 술이 누군가에게는 젊은 생을 마감할 폭탄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술의 신 바쿠스도 기절할 대학가 오리엔테이션은 이제 바꾸자.
조경서 을지대 유아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