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대 합격 정준영 씨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6분


취약과목 정복비결? “내가 이길때까지”

틀린문제 5번 반복 풀이

《“많이 노는 편도 아닌데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요.” “문제집을 사면 매번 처음 몇 장만 열심히 풀다말곤 해요.” 이런 얘기를 듣는 대부분의 중고생은 ‘내 상황과 똑같다’며 맞장구를 친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1학년 정준영 씨(20)에게도 남의 얘기만은 아니었다. 정 씨는 ‘집중력’과 ‘목표의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공부 습관을 하나둘씩 고쳐 나갔다. 그는 최대 취약 과목인 수학을 5등급에서 1등급으로 끌어올리며 서울대에 합격했다. 고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 과학자를 꿈꾸던 독서광

“농경제사회학부가 다루는 주제는 식량, 환경, 자원인데 저는 특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 경제학을 인간의 복지뿐 아니라 생태의 복지까지 고려하는 학문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진학 동기를 묻는 질문에 정 씨는 골똘히 생각한 뒤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적성을 제대로 몰라 단지 점수에 맞추거나 부모의 권유로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말투에서는 진지함이 물씬 묻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일을 좋아했다.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을 만큼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특히 과학책을 즐겨 읽으면서 자연스레 과학자를 꿈꾸는 소년으로 성장했다. 도서관은 그에게 집이나 다름없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제부터는 공부에 신경 써야 한다”는 부모의 권유로 종합학원에 다녔다.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에 그는 질색했고 점차 공부에 흥미를 잃어갔다. 일찌감치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중학생이 돼서도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다. 공부는커녕 영상이나 미술 분야에 막연한 호기심이 생겨 부모에게 “예술고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부모는 만류했고, 그는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며 맞섰다.

예술고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중1 때 100등대이던 전교 석차는 꾸준히 올라 중3 때는 50등 내외가 됐다. 독서를 통해 쌓은 배경지식 덕분에 학교수업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울산 우신고등학교에 진학한 정 씨의 생활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점심시간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학교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책을 읽다가 하교한 적도 많았다. ‘헌법의 풍경’ ‘평화의 얼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등 다양한 영역의 책을 넘나들었다.

정 씨가 공부를 아예 멀리 했던 건 아니었다. 졸다가 가끔 혼난 일 빼고는 수업에 충실한 편이었고 야자(야간자율학습)는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고 문제집을 잔뜩 사다놓고 풀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만화책이나 게임에 관심을 갖거나 야자시간에 딴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 ‘줄기 문제집’과 ‘가지 문제집’을 활용한 수학 정복

오랫동안 과학자의 꿈을 키웠던 그는 인문계열을 택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수학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다른 과목 성적은 평균 2∼3등급을 오갔지만 수학은 5등급 수준이었다. 처음부터 수학을 못한다거나 싫어한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학원을 다닌 이후 강제되는 공부와 문제풀이에 흥미를 잃어서 성적이 계속 떨어졌던 것이다.

정 씨는 고2 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성적에 그럭저럭 만족했고 공부를 더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서울 소재 대학에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광환 선생님이 고3 담임을 맡으면서 정 씨는 전환점을 맞았다. “모의고사 성적이 400점대에서 꾸준히 오르고 있으니 서울대를 목표로 도전해보자”는 담임교사의 얘기에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수험생활 전반에 열정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담임교사 덕분에 ‘내 성적으로 서울대는 어림없어’라는 생각은 ‘나라고 못할 건 없지’로 바뀌었다.

언어 영역은 기출문제를 파고들었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쌓은 배경지식으로 점수도 곧잘 나와 자신감을 얻었다. 외국어 영역의 경우 식사시간 통학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단어를 외웠고, 문법은 인터넷 강의를 반복해 수강하며 보충했다. 사회탐구 영역은 참고서의 핵심내용을 A4 용지에 그대로 따라 적는 방식을 택했다.

최대의 걸림돌은 ‘수학’이었다. 정 씨는 “수능 공부가 아닌 수학공부를 했다”고 할 정도로 수학에 매달렸고 모의고사에서도 1등급을 받는 횟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2008학년도 수능에서 수리 2등급을 받아 결국 서울대 진학에 실패했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긴 했지만 도통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2008년 7월, 수능을 불과 100여 일 앞두고 그는 반수를 결심했다.

정 씨는 문제집을 ‘줄기 문제집’과 ‘가지 문제집’으로 구분해 수학 정복에 나섰다. 수능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함께할 ‘교본’ 같은 문제집을 줄기 문제집으로 정했고, 하루하루 숙제같이 푸는 문제집을 가지 문제집으로 정했다. 줄기 문제집은 대략 400∼500문제가 들어 있고 자신의 현 수준보다 다소 어려운 것으로 골랐다.

보통 문제는 3회, 틀려서 체크한 문제는 5회 가량 반복해 풀면서 문제의 해결방법을 완전히 이해했다. 강의를 통해 받은 프린트와 EBS 교재는 가지 문제집으로 활용했다. 몰랐던 공식을 찾아보고 다시 푸는 과정에서 푸는 시간이 점차 단축됐다. 모의고사 문제는 2부씩 구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시 풀었다. 또 여러 강의를 듣기보다는 한 강의를 꾸준히 들으면서 반복학습 효과를 높였다.

그 결과 2009학년도 수능에서는 수리에서 아쉽게 한 문제를 틀렸고, 수리 가중치를 부여하는 서울대에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정 씨는 “인문계생이라도 수학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기본개념을 익힌 뒤 자신에게 맞는 문제를 꾸준히 풀어본다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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