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은 금속탐지기를 들고 쇠붙이를 찾아 나섰다. 참호로 추정되는 곳이 나타나자 조심스럽게 흙을 퍼냈다.
백암산은 1951년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경찰 300여 명이 북한군 패잔병과 남로당 세력을 대상으로 토벌 작전을 벌인 곳이다. 당시 순경으로 참전한 김용현 씨(78)와 방위군으로 참전한 이부영 씨(86) 등의 생생한 증언이 유해 발굴 작업의 중요한 단서가 됐다.
육군 32사단은 이곳에서, 31사단은 2007년 경찰관 38구, 민간인 5구 등 모두 43구의 유해가 발굴된 전남 영광군 학동마을 일대에서, 39사단은 해병대가 북한군 6사단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경남 마산시 진북면 일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동시에 시작했다.
육군이 2000년 이 작업을 시작한 이후 올해는 연인원 10만 명이 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전이 벌어진다.
그동안 발굴한 유해는 2850여 구. 그러나 아직 어딘가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는 모두 13만여 구에 이른다.
발굴 작업을 현장 지휘하고 있는 육군 32사단 505여단장 김기홍 대령은 “당시 참전했던 분들이 나이가 들면서 증언 확보가 어려워져 앞으로 3∼4년이 유해 발굴 작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마지막 한 구까지 반드시 찾을 수 있도록 군사작전 차원에서 이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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