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측 “50억 안받았다” 부인
내달 임시국회前 의원 수사 가속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18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을 전격 체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게는 20일경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권 인사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많은 50억 원을 건네받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사의 파문은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15억 차용증의 진실은?=검찰은 지난해 말 박 회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서 15억 원을 빌렸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확보했다.
이 차용증은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검찰은 이 차용증을 근거로 15억 원의 성격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주력했지만 차용증이 있다는 점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차용증에 기재된 액수보다 훨씬 많은 50억 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다는 단서가 확보되면서 이 돈의 성격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간에 차용증 액수보다 많은 돈이 왜 건네졌는지, 이 같은 거액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박 회장의 베트남 현지 사업에 도움을 준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차용증에 적혀 있는 15억 원 부분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 왔지만, 50억 원이 건네졌다는 부분에 대해선 부인했다.
▽검찰, 수사 속도전=검찰은 17, 18일 잇달아 이 전 원장과 송 전 시장을 체포했다. 두 사람은 모두 박 회장의 사업 근거지인 경남 김해에서 옛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각각 출마했을 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사는 곧장 현직 국회의원 쪽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에게 소환 통보를 했고, 또 다른 의원들도 이번 주 후반부터 차례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친박근혜 계열인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과 경남도 부지사 출신으로 창원이 지역구인 권경석 의원이 박연차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여야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3월 말경 4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사실상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는 분위기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