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과자판매점에서 처음 만난 판매원 나모 씨(24)에게 결혼을 요구한 후 나가달라는 나 씨의 요구를 거부하고 계속 나 씨 곁에 머무른 혐의(퇴거불응)로 캐나다인 다니엘 헨드릭 씨(26·무직)를 불구속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8일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과자판매점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하던 나 씨는 오전 11시경, 한 외국인이 다가와 깜짝 놀랐다.
나 씨가 깜짝 놀란 건 낯선 외국인이 찾아와 갑자기 "나와 결혼해주시겠어요"라고 말했기 때문.
당황한 나 씨는 대답을 피하며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헨드릭 씨는 판매점 테이블로 다가가 주문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앉아 있기 시작했다. 나 씨는 '얼마 있다가 가겠지'라고 생각해 내버려 뒀다. 그러나 헨드릭 씨가 무려 3 시간이 지나도 일어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 씨는 "과자나 빵을 드시려는 게 아니라면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지금 당장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헨드릭 씨는 나 씨의 요구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3년 전에 입국해 우리말에 능숙한 헨드릭 씨는 경찰에 신고하는 모습을 보고도 도망가거나 나가려 하지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헨드릭 씨는 '나 씨를 오늘 처음 봤지만 너무 좋아 결혼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