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건넸다는 50억 원은 홍콩 법인 APC사 계좌에서 미국에 거주하던 노 전 대통령 지인이 관리한 계좌로 송금된 것이라는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 본보 19일자 A1·12면 참조
▶‘15억 차용증’과 액수 큰 차…베트남사업 관련여부 조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 회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2007년 말∼2008년 초 500만 달러가 홍콩에서 미국으로 흘러간 정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경위와 돈의 성격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 500만 달러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인 지난해 3월 차용증을 받고 빌려준 15억 원과는 별도의 돈이며 당시 환율 기준으로 50억 원가량이다.
홍콩 APC사는 박 회장이 태광실업의 해외 사업에 필요한 물품 공급 등을 위해 세운 회사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배당 수익 6746만 달러를 이 법인 계좌에 관리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의 경로를 추적해 왔다.
검찰은 미국으로 건너간 500만 달러가 입금된 계좌 명의자의 소재를 찾고 있으며 △이 계좌가 차명계좌인지 △명의자와 박 회장은 어떤 관계인지 △돈의 성격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박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이나 로비 자금을 정치인 등에게 제공할 때 주로 해외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구속 수감 중) 측에도 국내를 거치지 않고 해외 계좌를 통해 250만 달러를 건넨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