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 ‘모세의 기적’… 우도 주민의 애환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아침에 장보러 읍내 가면 한밤 썰물까지 기다려야”

바다 밑에서 거짓말처럼 길이 솟아오르는 곳이 있다.

전남 고흥군 남양면 우도. 보성만 안쪽에 자리한 우도는 하루에 절반은 섬이고 절반은 육지다.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이 하루에 두 번 일어나기 때문이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 시멘트 도로로 차와 사람이 다니지만 물이 차면 언제 길이 있었냐는 듯 다시 섬이 된다.

○ 반나절은 섬 반나절은 육지

기자가 찾은 18일 우도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3시까지 두 차례 바닷길이 열렸다.

주민들은 물때에 맞춰 살다 보니 애환이 적지 않다. 장을 보러 읍내에 갔다가 한밤중에 돌아오고 선거가 있는 날이면 꼭두새벽에 일어나 나가기도 한다.

뭍으로 이어진 1.2km 길은 오래전 자갈로 만들어졌다. 30여 년 전 시멘트 포장을 하고 난 뒤 차가 다니지만 침식이 잦아 매년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청정 갯벌에는 굴, 꼬막, 바지락, 게가 널려 있다. 조류 이동이 빨라 플랑크톤이 많기 때문이다. 싱싱한 해산물을 많이 먹어서인지 주민 절반이 70세가 넘은 노인이다.

이용술 어촌계장(58)은 “부부싸움을 한 뒤 홧김에 뭍으로 나가려 해도 물때가 맞지 않으면 나갈 수 없어 부부 간 금실이 좋다”고 웃었다.

○ 물때에 맞춰 수업하는 학교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 전교생은 5명. 1학년은 없고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사이좋게 각각 한 명이다. 교사는 분교장을 포함해 3명이다.

우도분교는 등·하교시간이 일반 학교와 다르다. 물이 들면 부모들이 바닷일 하러 가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때문에 등교시간이 들쭉날쭉하다. 한여름에는 오전 5시에 등교하면서 해돋이를 보는 것도 다반사.

박장인 이장(35)은 “선생님들이 일찍 학교에 온 아이들의 아침밥을 챙겨주며 수업이 끝나면 컴퓨터, 한자, 사물놀이를 가르쳐 주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뭍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상물정을 잘 모른다.

박점숙 분교장(50·여)은 “100원짜리와 500원짜리 동전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돈에 대한 개념이 없고 밸런타인데이 같은 것도 모른다”며 “흔한 가게나 문방구 하나 없지만 아이들은 바다를 닮아 순수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미지의 섬’ 우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흥군은 ‘신비의 바닷길’이 있고 낙조가 아름다운 섬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갯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보성군 벌교읍에서 국도 15호선을 타고 고흥 방향으로 가다 남양면 소재지로 들어가 100m 정도 우회하면 우도가 보인다. 문의 남양면사무소(061-830-5676).

고흥=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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