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특성 가린다는데 어떻게” 질문 쏟아져
靑 “또다른 입시부정 우려” 교과부에 속도조절 지시
“입학사정관이 일반 고교를 직접 방문해 학교와 지역 특성을 살핀다고 소개했다. 미국과는 달리 교육과정이 사실상 비슷비슷한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어떤 특성을 어떻게 반영한다는 것인가?”
2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KAL호텔 1층 크리스털룸. 포스텍 조범진 입학사정관의 사례 발표가 끝나자 구체적인 적용 방식을 묻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주최로 이날 열린 ‘대학 입학사정관제 사례 발표 워크숍’은 대학들의 새로운 고민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날 워크숍에는 당초 40개 대학 150여 명의 입학사정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참여 인원이 크게 늘어 90개 대학 347명이 참석했다. 2010학년도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40개 대학을 빼고도 50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공부’를 위해 제주로 몰린 것이다. 아직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이들 대학은 “총장 지시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강 인원이 늘어나면서 당초 2곳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던 21개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사례 발표는 3곳에서 진행됐다. 군산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본격화되면 학생 선발에서 상대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며 “제도 도입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사례 발표에 나선 입학사정관들은 공정성 확보와 고교와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톨릭대 김수연 입학사정관은 “대학의 심층면접보다 1, 2년 학생을 지켜본 고교 교사의 평가가 훨씬 정확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고교와의 신뢰 구축을 통해 생활기록부를 믿는 방식을 찾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전남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첫 실시를 앞두고 꼼꼼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른 대학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입학사정관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발표장에 남아 다른 대학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추가 설명을 듣는 등 정보 수집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 대학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의 성패는 대학이 얼마나 철저한 준비를 하느냐에 달렸다”며 “준비 부족은 또 다른 입시 부정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역시 이 같은 우려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에 속도 조절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21개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사례 발표를 통해 각자의 대학에서 특별한 열정과 소질로 선발된 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동대는 대안학교 전형을 통해 청각장애가 있음에도 난청아동캠프 봉사요원과 난청인 클라리넷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한 학생을 선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부산대는 전자전기공학부에 지원한 한 학생이 1단계 성적은 합격선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초중학교 때 과학 관련 상장을 50여 개나 받는 등 특정 분야에서 소질을 보여 합격했다고 발표했다.
서귀포=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