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26일 한나라당 박진 의원(서울 종로)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의 3선 중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통해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이날 구속 수감했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구속된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2004년 5월 미국 뉴욕의 한식당 강서회관에서 2만 달러를, 2006년 8월 태광실업의 해외법인인 베트남 ‘태광비나’ 사무실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는 등 2004년 5월∼2008년 3월 4차례에 걸쳐 12만 달러와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또 정 전 회장에게서 2004년 1월∼2006년 2월 3차례에 걸쳐 3만 달러를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의원이 받은 돈은 모두 1억6000여만 원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11시 반 서울영등포구치소로 이송되면서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이제 긴 터널로 들어간다. 재판과정에서 모든 게 밝혀 질 것”이라며 “이제 정치인 생활을 마감할 때이며 10월 재·보궐 선거가 가능하도록 늦지 않게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이날 출석 시한에 출두하지 않음에 따라 재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재소환에도 불응할 때에는 체포영장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서 의원은 이날 검찰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 명의로 출석연기 사유서를 보내 31일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서 의원이 출석에 불응한 것으로 보고 재소환 통보를 했다”며 “원내 협상 때문에 낮에 어려우면 밤에라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