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명중 2명 불황에도 재산 불려

  • 입력 2009년 3월 28일 02시 59분


27일 국회 공보관실이 의원 292명과 국회사무처 고위공직자 등 320명의 재산목록과 변동 상황이 담긴 공보를 언론에 배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299명 중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5명과 지난해 12월과 이달 초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창조한국당 유원일,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 등 2명은 이번 신고 대상에서 빠졌다. 김경제 기자
27일 국회 공보관실이 의원 292명과 국회사무처 고위공직자 등 320명의 재산목록과 변동 상황이 담긴 공보를 언론에 배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 299명 중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5명과 지난해 12월과 이달 초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창조한국당 유원일,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 등 2명은 이번 신고 대상에서 빠졌다. 김경제 기자
홍준표 1억8000만원 - 정세균 2억4000만원 늘어

박근혜 23억 신고… 정몽준 2조원 줄어 ‘반토막’

전여옥, 발빠르게 펀드 현금화… 예금 22억 증가

수치상으로 보면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재테크 성적표는 양호한 편이다. 3명 중 2명은 재산이 불었다.

하지만 주식이나 예금과 달리 부동산은 지난해 1월 1일 기준 가격으로 신고돼 있어 지난 한 해 동안의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의원들이 거둬들인 후원금이 역대 최대 규모(634억 원)였고, 이 중 상당액이 본인 명의의 예금 항목으로 잡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평균 1억 원 감소=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7일 공개한 지난해 말 현재 국회의원들의 재산변동 현황에 따르면 신고 대상 의원 292명 중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을 뺀 나머지 의원들의 재산 총액은 평균 25억8563만 원으로 1년 전보다 9953만 원 줄었다.

전체 공직자를 통틀어 최대 재력가인 정 의원은 한 해 동안 재산 총액이 무려 1조9646억 원 감소했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211억 원,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민주당 정국교 의원은 55억 원 줄었다.

반면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21억 원), 민주당 최인기 의원(19억 원),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13억 원) 등은 재산 증가 상위 1∼3위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예금이 9억 원 가까이 늘었고, 최 의원은 본인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이 상장되면서 짭짤한 평가익을 챙겼다.

정당별 소속 의원들의 평균 재산은 한나라당(정몽준 의원 제외)이 30억4797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창조한국당(29억3927만 원) 자유선진당(21억2652만 원) 민주당(19억8636만 원) 친박연대(11억9765만 원) 민주노동당(4억4672만 원) 순이었다. 무소속은 13억6033만 원. 한나라당은 평균 1억6349만 원 줄었지만 민주당은 1498만 원 늘었다.

▽‘주식 부자’ 수난=재산이 감소한 의원들은 대부분 주식에서 큰 손실을 봤다. 정몽준 의원을 뺀 291명의 유가증권 총액은 11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302억 원) 줄었다. 1인당 평균 1억399만 원을 손해 본 셈이다.

상장사인 동일고무벨트의 최대 주주인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주식 평가손으로만 103억 원을 신고했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도 주식 평가액이 117억 원에서 62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정몽준 의원이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 총 주식 가액은 3조6329억 원에서 1조6379억 원으로 줄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2007년 말 44만2500원에서 작년 말에는 19만9500원으로 급락했다. 정 의원의 재산 총액은 현대중공업 주가 상승으로 2001년 말 1720억 원에서 2007년 말에는 3조6043억 원으로 불었다가 이번에 다시 절반으로 줄었다.

이와 달리 펀드매니저를 했던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을 계기로 10억 원 규모의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 대규모 평가손을 면했다. 같은 당 전여옥 의원은 펀드를 현금화해 예금액이 16억 원에서 38억 원으로 늘었다.

의원들은 부동산에서는 평균 317만 원을 손해 보는 데 그쳤다. 작년 1월 1일 기준으로 가격이 신고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추가 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김세연 의원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빌라 등 총 233억 원어치를 신고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176억 원), 같은 당 조진형 의원(16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억 원 이상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의원은 79명(27%)이었다.

▽여야 지도부 대체로 선방=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억8000만 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억4000만 원, 같은 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7000만 원가량 재산이 늘었다. 홍 원내대표는 비상장주식을 새로 사 재산이 증가했고, 정 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부동산과 증권, 예금액 등이 고르게 늘었다.

경제통인 양당 정책위의장은 재산이 줄었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장은 9500만 원, 민주당 박병석 의장은 1100만 원 감소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과 비교하면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저축액 증가 등으로 1억1000만 원 늘어난 23억1000만 원을 신고했다.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700만 원 줄어든 150억 원을 유지해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펀드 평가손 등으로 재산이 12억6000만 원 줄었다. 이 전 부의장의 재산 총액은 82억2000만 원. 친이(친이명박)계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 중에서는 45억5000만 원을 신고한 백성운 의원이 가장 많았다.

한편 이번 재산신고에서 전체 의원의 35%인 104명은 부모나 자식 등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재산공개 대상인 국회 전현직 고위 간부 28명 중에서는 17대 의원을 지낸 김양수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151억4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순영 정무위 수석전문위원(1급)은 89억40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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