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평균 3억↓… 유인촌 문화 24억 최대 감소
‘金테크’ 유행… 돌반지 3200개 분량 보유한 시의원도
고위 공직자들도 세계적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피하진 못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1인당 평균 재산 증가액은 2800만 원으로 전년도(1억6000만 원)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산이 줄어든 공직자 대부분은 주식과 펀드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 주식 반 토막, 재산도 반 토막
행정부 공무원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이 감소한 한국도로공사 류철호 사장은 전년도 112억3079만 원이었던 재산이 56억5899만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류 사장은 한일건설 대우건설 삼부토건 등 건설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가 이를 모두 매각하면서 수십 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대신 펀드에 주로 투자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펀드 평가액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봤다. 예금액(펀드 포함)이 64억7495만 원에서 48억7507원으로 줄어든 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갖고 있는 아파트의 가치도 1억 원 이상 하락하면서 재산이 24억3000만 원 줄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도 모두 주가와 펀드 평가액 하락으로 10억 원 넘게 재산이 감소했다.
○ 시도지사 16명 중 9명 재산 줄어
경기 침체에 따른 재산 감소 분위기는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부친의 재산을 상속받아 6억 원이 늘어났지만, 재산이 늘어난 다른 시도지사 6명의 재산 증가액은 1억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성효 대전시장 등 9명은 재산이 줄었다. 오 시장은 건물과 토지 등 보유 부동산 평가액이 2억5000만 원 증가했으나, 펀드가치 하락 등으로 금융재산이 5억여 원 줄어 지난해보다 2억1000만 원 줄어든 53억5159만 원을 신고했다.
시도지사 가운데 가장 많은 3억7865만 원의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한 정우택 충북지사는 사회단체 기부액(약 1억1000만 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재산 증가자는 상속 증여 많아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중에는 오히려 재산이 늘어난 사람이 많았다. 행정부 재산 증가액 상위 10명 가운데 9명이 지방 공직자였다.
재산 증가액 1위에 오른 김수남 경북 예천군수는 부친에게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단독주택과 세곡동의 임야, 예천군의 전답 등을 상속받아 재산이 81억3470만 원 늘었다.
정연희 서울시의원도 부모의 재산을 등록해 47억9275만 원 늘어난 82억9451만 원을 신고했고, 박성중 서울 서초구청장은 장인으로부터 양천구 목동의 유치원 건물(10억4978만 원)을 증여받았다.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유일하게 상위 10명에 이름을 올린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부친의 사망으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의 목장과 임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빌딩 1채를 상속받아 재산이 39억5338만 원 늘었다.
○ 불안할 때는 금(金)이 최고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금테크’가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 새로운 재산 증식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은수 외교부 본부대사는 골드바 1kg과 금화 202g을 새로 취득했고,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713g의 금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밖에 손용근 특허법원장(712.5g), 김용균 행정법원장(600g), 유천호 인천시의회 제2부의장(750g) 등도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상당량의 금을 갖고 있었다.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사람은 손재홍 광주시의원으로 배우자 명의로 무려 12kg의 금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는 아기 돌반지(3.75g) 32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도매가(g당 4만 원)로 따져도 4억8000만 원에 이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