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는 개혁성과 도덕성이었지만 정작 ‘노무현의 사람들’은 개혁성이나 도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역사는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규정할지….”
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27일 검찰 수사의 집중 타깃이 된 친노(친노무현) 그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386 개혁정치’의 상징이었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의 구속은 노무현 정부가 부르짖던 개혁성과 도덕성이 한낱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했음을 보여준다.
검찰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 의원의 혐의는 구시대 부패 정치인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현금 박스를 건네받았고 해외에서 스스럼없이 달러뭉치를 받았다. 영장 내용을 살펴본 민주당 동료 의원들은 그의 수법에 혀를 내두르며 “야당 탄압”이라느니 “표적 수사”라느니 하는 발언을 삼가고 있다.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대통령의전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의원 등 다른 ‘노무현 참모 1세대’의 혐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인인 강금원 창신그룹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은 물론 자신이 챙겨야 할 249명의 주소를 알려주고 명절 선물을 대신 보내게 하기도 했다.
한때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은 비서관 시절 부산지방국세청장과 지역 건설업체 사장 간에 뇌물이 오고 가던 자리에 동석하는가 하면 건설업체가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로비를 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친노 그룹의 도덕성이 불법 대선자금을 받고도 한나라당과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이중적 도덕성을 보였던 노 전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며 “친노 그룹이 ‘권불오년(權不五年)’의 쓴맛을 이제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친노 그룹의 몰락이 노무현 정부 전반에 대한 재평가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