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때마다 ‘검은돈’으로
추징은 돈받은 때 환율 적용
26일 구속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7차례에 걸쳐 받은 1억6000여만 원은 대부분이 달러였다. 6차례에 걸쳐 15만 달러를 받았고 한 차례만 한화 2000만 원을 받았다.
이 의원은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과 베트남 태광비나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의 지역구인 강원 평창의 모텔과 서울 중구의 호텔에서도 달러를 건네받았다. 검찰이 27일 소환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나 소환 조사 예정인 민주당 서갑원 의원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는 돈도 달러다.
검찰은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이 돈을 건넬 때 주로 달러를 사용한 것은 편리함 때문으로 보고 있다.
100달러짜리 지폐는 대체로 10만 원권 수표와 가치가 비슷하지만 수표와 달리 수사기관의 추적이 불가능하다. 원화 지폐나 수표에 비해 크기도 작아 전달하기도 쉽다.
정 전 회장은 2004∼2006년 이 의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1만 달러씩 건네면서 한 번에 100달러짜리 100장 한 다발을 봉투에 넣어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1만 원짜리 지폐라면 100만 원밖에 담지 못할 부피에 1000만 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 의원의 경우 달러로 돈을 받은 것이 검찰의 증거 확보에 단서가 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6년 8월 베트남의 태광비나 박 회장 사무실에서 5만 달러를 받았을 때 이 의원의 보좌관이 베트남 공항에서 이 돈을 갖고 한국으로 출국하려다 적발됐다. 베트남에서는 7000달러 이상을 해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당황한 이 의원 측은 베트남명예총영사로 베트남에서 국빈 대접을 받는 박 회장 쪽에 급히 연락을 취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태광실업 직원으로부터 이런 해프닝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당시 이 의원을 수행했던 보좌관에게서도 비슷한 진술을 받아냈다.
달러로 불법 자금을 받으면 법원의 재판에서는 돈을 받은 시점의 환율을 적용해 판결한다. 추징금을 원화로 낼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돈을 받았을 당시 환율은 대체로 달러당 940∼1000원 선이어서 지금의 고환율에 따른 ‘환차손’을 입지는 않는 셈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