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미국에서 생겨나 세계로 뻗어나간 미국 문화의 자랑거리다. 재즈의 발생과 관련된 미국 흑인 문화의 특수성, 초기 대도시들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 등은 영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미국 문화의 독특한 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즈는 토플에 자주 나오는 주제다.
재즈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미국 남부 흑인 사회에서 시작된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다. 당시 흑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New Orleans)를 중심으로 서양 음악의 이론과 멜로디에 흑인 특유의 독특한 리듬이 가미된 음악이 태동했고 이는 곧 재즈로 발전해 갔다. 이 장르를 특징짓는 즉흥 연주(improvisation), 당김음(Syncopation), 스윙 리듬(swung note), 폴리리듬(polyrhythms) 등의 음악적 요소는 미국에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이 주로 이주해온 지역인 서아프리카의 영향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재즈’라는 이름은 미국 서부 해안지역의 슬랭(slang)에서 유래된 단어다. 1915년 시카고에서 처음 이 음악 장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재즈는 당김음(syncopation)을 구사하는 19세기 피아노 음악인 래그타임(Ragtime)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래그타임의 대표주자였던 스콧 조플린(Scott Joplin)의 대표곡 ‘Maple Leaf Rag’는 편곡을 통해 영화 ‘스팅(Sting)’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래그타임에서 출발한 재즈는 시대에 따라 독특한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된다. 1930년대는 12∼25명의 연주자로 구성되는 빅 밴드(Big Band)의 시대였다. 빅 밴드는 주로 흥겨운 댄스곡이었던 스윙(Swing)을 연주했다.
1940년대는 4, 5인조 중심의 소규모 연주자에 의한 비밥(Bebop)의 시대였다. 연이어 쿨재즈(Cool Jazz), 하드밥(Hard Bop) 등 다양한 변신의 시대가 이어졌다. 현대는 퓨전 재즈의 시대로 칭한다.
19세기 래그타임에서 21세기 퓨전 음악까지 광범위한 재즈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즉흥 연주(improvisation)’를 한다는 것이다. 작업장에서 또는 들판에서 흑인 노예들이 불렀던 노래들은 블루스의 전통을 만들어냈고, 초기 블루스의 특징 중 주고받는 형태(call-and-response pattern)의 연주법이나 즉흥성은 모두 아프리카 흑인의 영향이다. 이런 흑인 블루스의 특징이 재즈의 중요한 바탕이 된 것이다.
유럽에서 유입된 전통 음악의 관점에서 보면 연주자는 씌어진 대로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당시 상식이었다. 하지만 재즈 음악에서 숙련된 연주자는 악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연주한다.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연주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연주자의 기분, 개인적인 경험, 동료 연주가나 관객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그날의 멜로디, 하모니, 박자 기호(time signature)는 달라질 수 있다. 유럽 고전 음악이 온전히 작곡가의 작품으로 불렸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당시 미국사회에서 생겨난 재즈는 연주자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음악이며 열려있는 음악이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었다.
뉴올리언스의 음악은 초기 재즈가 생겨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뉴올리언스의 스토리빌(Storyville)이라는 홍등가 주변의 술집들을 중심으로 초기 재즈 연주가들이 연주 활동을 했고, 흑인들의 장례식 행렬엔 항상 밴드가 뒤따랐다. 이 밴드에서 사용하던 금관악기(brass), 입으로 부는 악기 종류(reed), 드럼 등은 재즈 음악의 기본 구성을 이루게 된다.
뉴올리언스의 연주가들과 밴드는 흑인 장례식장을 따라 전국으로 연주를 다녔다. 재즈는 다른 서부와 북부 지역으로 뻗어나갔다. 뉴올리언스에서는 흑인 밴드뿐만 아니라 백인 재즈밴드도 생겨났다. 뉴올리언스 리듬 킹스(New Orleans Rhythm Kings)로 대표되는 백인 음악을 특히 딕시랜드 재즈(Dixieland Jazz)로 칭했으며, 딕시랜드(Dixieland)는 후에 시카고에서 전성기를 맞는 1920∼1930년대 재즈 밴드를 지칭하는 이름이 된다.
1920∼1933년 미국의 금주령(Prohibition)은 모든 알코올의 판매를 금지했고, 주류 밀매점(speakeasy)이 등장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카고의 이 불법 장소가 새로운 재즈 음악의 본거지로 자리 잡게 됐다.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Fitzgerald)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에서 묘사했던 광란의 재즈시대(Roaring Twenties)를 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