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자 최모 씨(40)는 자신이 1년 정도 살아온 고시원 방에서 잠이 깼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드나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
그는 현관문 사이에 끼워 놓은 자신의 머리카락들이 사라진 것도 발견했다.
최 씨는 곧바로 고시원 주인인 김모 씨(43)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고시원 복도에 설치되어 있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주인 김 씨가 달아 놓은 복도의 CCTV는 범죄 예방차원에서 설치한 가짜였다. 보여줄 CCTV 화면이 없는 데다 최 씨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댄다고 생각한 김 씨는 “CCTV는 고장이 나 작동하지 않는다”며 최 씨를 방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김 씨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에 화가 난 최 씨는 창문 옆에 있는 화분을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9일 “1만5000원짜리 벤저민 화분을 부순 혐의(재물손괴)로 최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온 형 최모 씨는 “동생은 예전부터 정신이 좀 이상해 집 가까운 곳에 따로 방을 얻어주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를 마친 최 씨는 바로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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