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소개로 박연차 - 박진 만났다

  • 입력 2009년 3월 30일 03시 02분


朴회장, 千회장과 수십년 친분

李대통령과 절친한 千회장에

여권 실세 줄대기 시도 가능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27일 소환조사를 받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알게 된 것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소개에 따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부산 출신인 천 회장은 경남 밀양 출신의 박 회장과 수십 년 동안 막역한 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고려대 61학번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동창이자 막후 후원자다. 여권 내에서는 ‘대통령과 언제라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인’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천 회장이 박 회장 구명 로비에 나서지 않았느냐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라는 위기에 봉착한 박 회장으로서는 천 회장에게 어떤 식으로든 매달렸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박 회장의 친구였던 천 회장의 동생이 갑자기 죽은 직후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제가 죽은 친동생 대신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의형제’를 맺은 뒤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이나 대외활동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천 회장이 1996년 대한레슬링협회장으로 선임되자 박 회장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부회장을 맡아 천 회장을 도왔다. 박 회장이 2006년 농협으로부터 휴켐스를 인수했을 때에는 천 회장을 사외이사로 위촉했고, 천 회장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과 현직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가 묘한 인연을 맺고 있는 셈.

천 회장은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시내 S호텔에서 베트남 국회의장을 위한 환영만찬을 열게 되자, 당시 재선 의원이며 외교통으로 알려진 박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18대 총선(4월 9일)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바쁜 가운데에도 천 회장의 부탁을 받아들여 행사장에 가서 축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천 회장의 소개로 박 회장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천 회장의 부탁이었다면 어느 의원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 회장은 27일 박 의원과의 대질조사에서 “호텔 복도에서 박 의원을 배웅하면서 미화 2만 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질신문에서 ‘얼굴이 알려진 정치인이 공개된 장소인 호텔 복도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받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더니 박 회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박 의원, 내가 원망스러울텐데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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