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과 절친한 千회장에
여권 실세 줄대기 시도 가능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27일 소환조사를 받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알게 된 것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소개에 따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부산 출신인 천 회장은 경남 밀양 출신의 박 회장과 수십 년 동안 막역한 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고려대 61학번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동창이자 막후 후원자다. 여권 내에서는 ‘대통령과 언제라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인’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천 회장이 박 회장 구명 로비에 나서지 않았느냐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라는 위기에 봉착한 박 회장으로서는 천 회장에게 어떤 식으로든 매달렸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박 회장의 친구였던 천 회장의 동생이 갑자기 죽은 직후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제가 죽은 친동생 대신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며 ‘의형제’를 맺은 뒤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이나 대외활동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천 회장이 1996년 대한레슬링협회장으로 선임되자 박 회장은 1997년부터 최근까지 부회장을 맡아 천 회장을 도왔다. 박 회장이 2006년 농협으로부터 휴켐스를 인수했을 때에는 천 회장을 사외이사로 위촉했고, 천 회장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과 현직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가 묘한 인연을 맺고 있는 셈.
천 회장은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시내 S호텔에서 베트남 국회의장을 위한 환영만찬을 열게 되자, 당시 재선 의원이며 외교통으로 알려진 박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18대 총선(4월 9일)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바쁜 가운데에도 천 회장의 부탁을 받아들여 행사장에 가서 축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천 회장의 소개로 박 회장을 처음 봤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천 회장의 부탁이었다면 어느 의원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 회장은 27일 박 의원과의 대질조사에서 “호텔 복도에서 박 의원을 배웅하면서 미화 2만 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질신문에서 ‘얼굴이 알려진 정치인이 공개된 장소인 호텔 복도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받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더니 박 회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박 의원, 내가 원망스러울텐데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