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촌중학교 2학년 김성균 군(14)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사회 100점, 과학 100점, 중국어 100점, 기술·가정 97점, 한문 97점으로 암기과목 평균 99점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암기과목 공부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지만 그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서울 상명고등학교 1학년 원동섭 군(16)은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 내신점수 평균이 70점대였지만 공부법을 바꾸고 나선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 때 사회 92점, 한문 98점, 기술·가정 97점을 받았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암기과목 고득점을 노린다면 이들 ‘암기 왕’의 방법을 벤치마킹해보자.》
“쯧쯧, 암기과목 아직도 통째 외우니? 마인드맵을 그려봐”
○ 마인드맵으로 노트 정리, 머리로 ‘복사’하라
김 군은 암기과목을 1주 단위로 복습한다. 그 주에 배운 내용은 반드시 그 주에 정리한다. 공부를 시작할 땐 우선 마인드맵(마음속으로 지도를 그리듯이 이해하며 정리하는 방법)으로 ‘핵심노트’를 만든다.
예를 들어 보자. 중학교 2학년 사회교과서 1단원 ‘고대 그리스 사회와 문화’. 에게 문명을 두고 ‘기원전 2000년경 에게 해의 크레타 섬에서 크레타 문명이 일어났다. 크레타 인들은 오리엔트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이기도 하였지만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문화를 발전시켰다. 한편 그리스 본토에서는 미케네 문명이 발달하였다. 미케네 인들은 성벽을 견고하게 쌓고 크레타를 정복하는 등 상무적인 성격을 띠었다. 기원전 1200년경에 북쪽에서 내려온 도리아인들에 의해 파괴되었다’라는 설명이 나왔다. 김 군은 이렇게 외웠다.
*에게 문명 - 크레타 문명: 오리엔트 문화를 받아들임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문화
- 미케네 문명: 무예를 중히 여김(성벽 견고, 크레타 정복)
도리아인들에 의해 파괴
김 군은 “친구들은 학습지에 정리된 것을 보고 요점 노트를 만드는데, 도움이 안 되는 잘못된 방법”이라며 “단순히 옮겨 적는 게 아니라 내용에 대해 이해하고 나만의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입력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정리한 과목별 노트를 수업 시작 전이나 쉬는 시간에 반복해 보면 큰 줄거리가 엮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암기가 된다고.
시험 3주 전부터는 암기과목 교과서를 세 번 읽고 자습서를 두 번 정독한다. 문제집을 풀고 틀린 문제의 오답정리는 확실하게 한다. 시험 직전에는 핵심노트를 사진 찍듯 머릿속에 ‘복사’한다. 이해와 요점정리, 암기로 기초를 닦고 문제풀이까지 완벽하게 하기 때문에 점수가 셀 틈이 없다.
학습매니지먼트 업체 에듀플렉스 김경옥 학습매니저는 이런 암기법에 대해 “중상위권을 유지하지만 최상위권 도달이 힘든 학생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80점대 후반과 90점대의 차이는 ‘마무리’에 있다. 정보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벼락치기 암기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내용이 심화되고 범위가 늘면 무너지기 마련. 암기도 분명 ‘이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 좋다. 앞글자만 따서 단순암기하거나 내용을 무조건 통째로 암기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벤치마킹: 하위권→핵심노트 정리
암기과목 80점대 후반의 중상위권→시험 3주 전 플랜
○ 순서를 바꾸고, 가르치면서 외워라
“예를 들어 국사 시험범위가 ‘선사시대’부터 ‘신라의 통일’까지면 저는 시대 순으로 외우지 않아요. 대외관계, 통치, 계급 등 큰 범주로 나누고 그 안에 각 나라의 사건을 정리해요. 무턱대고 연도별로 외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요.”
원 군은 암기를 ‘헤쳐 모여’ 방식으로 한다. 예를 들어 시대별로 있었던 많은 사건 중에서 ‘대외관계’에 관한 것을 모아 외운다. 대외관계 카테고리 안에는 7세기 중엽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신라와 당나라가 연합전선을 폈던 때의 ‘나당동맹(羅唐同盟)’도 들어가고, 4세기 백제 근초고왕 시절에 중국의 요서지방에 진출한 내용도 포함된다. 이렇게 나라별 중요한 사건을 범주화시켜 외우다보면 전체 역사도 함께 꿰어진다. 사건들 간의 인과관계와 시대배경을 생각하며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암기도 더 잘 된다.
배운 것을 가르쳐보는 것도 원 군의 암기 스타일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성적이 낮았던 친구를 위해 하루 종일 다음 날 시험범위에 속하는 내용을 선생님처럼 가르쳐준 적이 있는데, 당시 성적이 자신의 2학년 전체 성적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이 ‘선생님식 암기법’의 출발이 됐다. 원 군은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 내용이 입으로 나오면서 한 번, 자신의 말을 들으면서 또 한 번 입력 된다”면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원 군은 “암기과목은 벼락치기를 할수록 더 안 외워진다”고 강조했다. 암기과목은 배운 날 복습하는 것이 원칙이다. 배운 내용을 노트에 간단히 정리하면서 생소한 개념이나 용어는 ‘어휘카드’를 만들어 따로 정리한다. 원 군의 카드 앞면에는 ‘지방자치체’ ‘비례대표제’ ‘선거구’ 같은 단어가 써 있고 뒷면엔 개념이 한 문장으로 정리돼 있었다.
한자도 그 날 배운 것은 다섯 번씩 쓰고 자신이 스스로 낸 문제를 푼다. 음에 대한 한자와 뜻을 쓰고 오답 단어는 카드에 정리한다. 원 군은 “매일 철저히 복습하면 시험 전에 기출·심화문제 풀이에 시간을 충분히 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플렉스 박혜원 부원장은 “카테고리를 만드는 암기방법은 집중력이 약하고 싫증을 잘 내는 학생이 벤치마킹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교과서 앞부분만 ‘새카맣게’ 밑줄 그으며 공부하고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거나 순서대로 암기하는 것을 지루해하는 학생이 따라해 볼만 하다. 선생님식 암기는 친구와 함께 공부가 잘 되고 ‘설명을 잘 하겠다’는 경쟁심이 있는 학생이 활용하면 좋다.
☞벤치마킹: 싫증 잘 내는 중상위권→카테고리 만들기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유형→가르치며 외우기
하위권→매일 복습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