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비상! 우리 아이가 날 추월했어요”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아이가 ‘엄마가 가르쳐준 영어 발음 틀렸잖아. 학원 선생님이 고쳐주셨어’라고 말하는데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초등 고학년 되면 단어도 문법도 아이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아이 수준을 정확히 알려면 엄마도 공부해야 해요.”(백현숙 씨·40·서울 양천구 목동)

자녀가 성장하면서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 의지가 있다면 방법은 많다. 차를 마시며 영어로 대화하는 카페도 있고, 구청 민원실에 들러 원어민을 만날 수도 있다. 가까운 백화점 문화센터는 이미 영어를 배우려는 엄마들로 가득하다.

○ “우린 영어로 수다 떨어요”

24일 오전 10시 반, 서울 강남구 ‘청담 영어 카페’에 주부 6명이 모였다. 주부들은 한 손에 찻잔을 들고 “Hello(안녕하세요)?” “How are you today(오늘 어떠세요)?”라며 영어로 인사를 나눴다.

수업이 시작되자 이들은 짧은 영어뉴스를 4, 5회 반복해 듣고 받아썼다. 처음 들었을 때는 몇 단어밖에 적지 못했지만 점차 빈칸이 채워졌다. 미리 나눠준 A4 용지 절반 분량의 글 ‘Trees, plants, and nature(나무, 식물, 자연)’을 해석하고 ‘How often do you get to spend time with nature(당신은 얼마나 자연에서 시간을 보냅니까)?’라는 주제로 영어로 대화했다. 이곳에선 30∼50대 주부 회원 40여명이 수준별, 요일별로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다과를 즐기며 영어공부를 한다. 음료와 간식이 제공되며 1회 이용료는 6000원이다.

중학교 3학년, 초등 6학년을 자녀로 둔 어머니 백 씨는 “아이들이 과거분사를 배우는 순간부터 영어수준을 따라갈 수가 없다”면서 “영어카페에서 꾸준히 문법과 듣기를 공부하고 다른 엄마들과 영어공부법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중급 모임에 참여하는 정은영 씨(42·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꾸준히 영어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지역 복지관의 영어회화 프리토킹 수업을 들었고 영어 명작동화를 읽고 해석하는 학습지로 1년 넘게 공부했다. 운전할 때는 국내 영어 라디오방송인 TBS eFM(수도권 101.3MHz)에 주파수를 맞춘다.

같은 모임의 정일선 씨(41·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는 “학원에만 맡기지 말고 엄마도 함께 공부하면서 지도하면 아이가 문법이 약한지, 단어가 부족한지 체크할 수 있어 빈틈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 저렴한 비용, 구청에서 원어민과 만난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영어수업은 저렴한 비용에 원어민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관악구청 지하 1층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잉글리시 카페’에는 230여명의 회원이 등록했다. 레벨테스트를 거쳐 수준별로 10명 미만의 소그룹을 이룬 뒤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다. 미국인 교사 3명이 교대로 그룹을 돌며 수업을 하고 토론과 대화를 진행한다.

월, 수요일 반 회원 김명주 씨(40·서울 관악구 삼성동)는 “틀리면 영어를 잘 하는 다른 엄마나 원어민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부담이 없다”며 “한 마디도 입을 떼지 못했는데 요즘은 초등 1, 4학년인 자녀들과 영어로 통화하고 영어 애니메이션을 함께 본다”고 말했다.

영어로 쓴 일기나 작문은 원어민 강사에게 첨삭 받는다. 대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배영란 씨(49·서울 관악구 행운동)는 수업시간에 배운 문법과 회화 표현을 활용해 ‘겨울철 집안일’이라는 주제로 작문(사진 맨 왼쪽)을 했다. 원어민 강사는 ‘It's not done→It was not done’처럼 실수를 바로 잡아주고 잘못된 숙어표현을 고쳐줬다. 수업료는 3개월에 3만원으로 관악구민만 신청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청도 서강대학교 SLP에 위탁해 학부모 대상 영어강좌를 진행한다. 수업은 마포 어린이 영어도서관에서 진행되며, 영어동화를 읽고 책에 대해 영어와 한국어로 토론하는 ‘맘스 북 클럽’(3개월 과정)과 원어민 강사와 함께 영어동화를 읽고 자녀에게 지도하는 방법을 영어로 수업하는 ‘스토리텔링 포 맘’(3개월 과정) 프로그램 등이 있다. 수업료는 월 2만∼3만원이다. 서울 노원구청도 상계10동 노원정보도서관 내에 원어민과 함께 자율적으로 대화하는 ‘잉글리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 대학 사회교육원, 백화점 문화센터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백화점과 마트 문화센터에서도 주부를 위한 영어강좌가 열린다. 수준별, 시간대 별로 선택의 폭이 넓지만 마감이 빠른 편이므로 미리 확인하고 신청하는 것이 좋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는 오전시간대 주부를 대상으로 영어회화 교실이 마련되어 있다. 국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는 대학 외국인 교수가 강의하는 영어회화수업이 있다. 초급, 중급, 야간 반으로, 수업은 3월 중순에 시작해 6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수업료는 한 학기에 25만원. 평생교육원의 강좌 정보는 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정보망(www.lll.or.kr)에서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다. 경인교육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서는 ‘실용영어회화’ ‘원어민 영어’ 수업이, 경북 교육정보센터에서는 ‘노래로 배우는 영어동화책’ ‘Hello! 생활영어’ 등 강좌가 열린다.

백화점과 마트 문화센터도 영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점별로 ‘해외여행영어’ ‘스크린 영어’ ‘팝송으로 배우는 생활영어’ ‘영어일기 쓰기’ 등이 열린다. 정기강좌가 시작되는 3, 6, 9, 12월 이전 신청기간을 확인하자. 수강료는 9만∼12만원. 매달 시작하는 수업과 맛보기로 들을 수 있는 무료강좌도 있으니 틈틈이 홈페이지를 확인하자.

[엄마가 할 수 있는 생활 속 영어공부법]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생활 속에서 영어에 나를 노출 시키는 시간을 늘려보자. 다음은 영어공부를 실천하는 엄마들이 추천하는 공부법들.

① 집안일 하면서 자녀의 영어 애니메이션 DVD를 함께 봐라.

② ‘섹스 앤 더 시티’ ‘위기의 주부들’ 같은 미드(미국드라마)를 활용하라.

③ 운전 중 라디오 주파수는 영어 방송(수도권 FM 101.3MHz)에 맞춘다.

④ 부끄러워 말라. 아이들이 공부하는 영어 학습지로 매일 영어 독해의 감을 익힌다.

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영자신문 기사 중 서울 노원구청 잉글리시 카페(사진 가운데)와 서울 관악 쉬운 것을 골라 하루에 하나씩 읽는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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