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고 싶었다. 일상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바르게 가꾸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띄우려고 한다.”―경산 경동정보대 박소경 총장
“꼭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선배나 부모님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이런 글이 삶을 알차게 꾸리고 싶은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것 같습니다.”―학생들 뜨거운 반응》
“꼭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선배나 부모님 같은 느낌도 들고요.”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경동정보대 총학생회장인 유원재 씨(21·경호무도학부 2년)는 30일 학교 홈페이지에 실리는 박소경 총장(58·여)의 편지글 ‘레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총장은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일주일 동안 생각했던 이야기를 원고지 7장 정도의 분량으로 정리해 올린다.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편지라는 뜻에서 이름도 ‘레터’라고 지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그는 그해 가을 학생들이 마련한 교내 전시회를 살펴보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나도 자식을 키우면서 ‘이런 말은 선생님이 해주셨으면’ 하고 기대했던 적이 많았다”며 “자식과 마찬가지인 학생들과 마음을 나눴으면 하는 소망을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터’에 담긴 내용은 거창한 교훈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박하지만 서로를 돌아보게 하는 것들이다. “내 별명은 책 중독”이라고 스스로 밝힐 정도로 다양한 독서를 통해 우러나오는 글이 학생들의 마음에 깊이 파고든다.
대구시내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다 1996년 이 대학 간호과에 부임한 그는 학생들이 반듯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구석에 늘 꿈틀거렸다고 한다.
학생 3000여 명과 교직원 100여 명은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오늘은 어떤 편지를 띄울까’가 관심거리다.
29일 저녁에 기자가 집으로 불쑥 전화를 걸자 박 총장은 ‘레터’를 정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레터’의 원칙으로 “솔직한 내용을 담아 서로 마음을 나누는 가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달 초 입학식 때 신입생 1400여 명에게 가로세로 13cm 크기의 60쪽짜리 ‘레터’라는 책을 선물했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 가운데 10편을 뽑아 만든 것이다.
‘엄마와 자식 사이’, ‘책과 친해지세요’, ‘뇌’, ‘사람이 중요합니다’ 같은 제목의 짧은 글 속에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과 건강을 돌보는 의사의 따뜻한 시선이 스며 있다.
많은 학생이 이 책을 가방에 넣어 다닌다. 간호과 1학년 안진철 씨(28)는 “‘총장님께서 이런 마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며 “대학을 졸업했지만 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다시 입학해서 그런지 이런 글이 삶을 알차게 꾸리고 싶은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평소 취미로 배운 전통춤을 26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선보였을 때 이를 알고 간호과 학생 20여 명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늘 일상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바르게 가꾸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띄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