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모텔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가려주는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Y모텔 종업원 이모 씨는 손님들이 타고 온 2대의 차량 번호판을 직사각형의 판으로 가려줬다. 모텔 밖에서 주차장의 차량 번호판이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날 밤 12시쯤 불시에 단속을 나온 경찰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 씨를 적발했다. 자동차관리법 제10조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겼을 때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이 씨를 즉결심판에 넘겼고 벌금 5만 원을 선고받은 이 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안전을 확보하는 데 별 장애가 없는 모텔에서 벌어진 행위까지 처벌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필곤)는 “자동차관리법은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에 대해 장소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만약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차량 번호판을 가려주는 일부 모텔의 서비스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