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제자들에 따르면 한 학년의 50명 정도가 로스쿨을 준비한다고 한다. 지난해 첫 로스쿨 입시에서 45명의 KAIST 출신 합격생이 나온 걸 보면 수긍이 간다. 더 많은 학생이 의치학대학원을 지원하고, 변리사, 공인회계사 등의 수험생도 있다고 하니 이들의 ‘외도(外道)’는 상당한 수준이다.
물론 로스쿨 취지가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인재들을 안으려는 것이니 이들의 로스쿨 도전은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의 적성과 미래를 고민한 끝에 나온 개인적 선택인 측면도 없지 않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에서 컴퓨터를 치료하는 의사로 변신해 우리 사회에 기여한 안철수 씨와 같은 경우들을 떠올리며 이들의 변신을 반겨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고를 거쳐 KAIST까지 마친 과학 인재 중 상당수가 과학 분야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 사회로서는 커다란 손실이다. 대입에서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대졸 후 ‘이공계 직업 기피현상’으로 번지는 것은 아무래도 중증(重症)의 사회적 질병이다. 이들이 한결같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이공계 직업이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돈만 벌면’ 되는 사교육 강사의 마음까지 무겁게 만든다.
마음의 그늘은 또 있다. 올해로 두 번째 해를 맞은 로스쿨학원에 종합반이라는 것이 생겼다. 대입종합반처럼 전 과목을 해결해 주는 시스템이다. 500만 원에 가까운 1년 치 수강료를 한두 번에 내야 한다. 단과반으로 전 과목을 배울 때보다는 할인된 금액이지만 부담스러운 목돈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몰려 마감된다. 비싼 등록금으로 ‘돈스쿨’이라는 악명까지 얻은 공교육 로스쿨에 진입하기도 전에 사교육 학원에서 ‘쩐의 전쟁’을 먼저 치러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필자에게는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사는 종합반 제자들이 유난히 많다. 정확히 말하면 종합반 제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강남 3구 인구가 서울 인구의 15%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학원이 강남에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강남 제자 모두 실거주자가 아닐 수도 있다. 시험을 위한 일시 거처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가 있는 학원의 높은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하면 이런 일반화가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닐 게다.
젊은이들의 미래를 향한 도전은 지켜보기에도 아름답다. 그렇지만 이공계와 강남 출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자 구성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의 먹먹함을 떨치기 어렵다.
문철 메가로스쿨 교수(강사)